지난날 대구, 밀, 커피, 차 등 음식에 대한 책들을 접하면서 음식과 역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구는 대서양을 휘저었던 중세 유럽의 역사에 큰 관여를 했고, 밀은 이 책에서도 등장하듯이 고대부터 세계 각지에서 많은 나라들의 건립부터 전성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영향을 미쳤다.
괘 오래전에 재밌게 읽었던 향료 전쟁이라는 책을 통해서 후추와 육두구 등의 향신료가 유럽의 귀족들에게 사치품으로 취급당하며 식민지 전쟁의 원인 중 하나라는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지만 고추는 의외였다.
첫 장에서 만난 홍합이 현생 인류의 조상이라고 알려진 호모사피엔스를 멸종의 위기에서 구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조개껍데기가 인류 최초의 화폐 중 하나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홍합과 해조류가 화산 폭발로 인해 먹을 것이 없을 때 유일한 식량이었다고 하니 겨울 별식 정도로만 생각했던 홍합이 다시 보이는 거 같다.
사슴은 그저 신성시하는 동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멧돼지와 가장 많이 식용하는 사냥동물이라고 한다.
특히 수사슴의 가죽이 황금보다 더 귀한 화폐로 사용되었으며 지폐의 시초였다고 하니 신기하기 그지없다.
유럽의 역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재료 중 가장 빈도가 많고 역사가 오래된 식재료가 포도가 아닐까~
포도는 포도 자체보다는 포도주로 성경에서부터 그 존재를 부각시켰지만 건포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며칠 전 라면 회사들의 매출이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주식 프로에서 본 적이 있다.
지금은 농심에게 국내 1위 자리를 내준 삼양라면이 대한민국 최초의 라면 회사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먹을 것이 없던 국민들을 위해 삼양라면의 창업주가 일본 라면 회사에서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식재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세계의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우연한 발견으로 등장했지만 어떤 민족에게는 종말을, 또 어떤 민족에게는 세상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했다.
홍합부터, 굴, 라면, 피자 등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음식과 식재료들이 어떤 역사를 거쳐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어 더욱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