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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결투의 세계사 - 스파르타쿠스는 어쩌다 손흥민이 되었나 ㅣ 건들건들 컬렉션
하마모토 다카시 외 지음, 노경아 옮김 / 레드리버 / 2022년 7월
평점 :
결투라고 하면 나는 천재적인 수학자였지만 자신과 큰 상관도 없는 어이없는 결투로 젊은 나이에 목숨을 읽은 갈루아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보통은 흔히 결투라고 하면 고대 로마의 검투사나 중세 시대의 기사를 먼저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결투라고 하면 옛날 옛적에 있었던 옛날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저자가 직접 경험한 독일 학생들의 결투인 멘주어는 충격적이었다.
개인적인 원한이나 복수가 아닌 자신이 속한 단체의 이름을 걸고 결투에서 끝까지 도망치지 않고 용감하고 당당하게 싸울 수 있음을 증명하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진검을 들고 피가 흘려도 결투 전문의의 결투 중단 선언 없이 선수 스스로가 결투를 멈추지 못하는 룰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위험한 행위로만 보이는 거 같다.
물른 이 멘주어 직접 경험한 저자나 독일의 학생들에게 멘주어 중에 입은 상처는 자신들이 용감하다는 증거와 명예가 되겠지만 이방인의 시선에서 지금도 이런 행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은 딱히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결투로 인해 귀족들이 사망하는 숫자가 늘어나자 유럽의 왕들은 결투를 법으로 금지시켰다.
하지만 지금처럼 법이 강력한 힘을 가진 것도 아닌 유럽에서 귀족들은 물론이고 평민들도 개인적인 복수나 분노, 원한 등을 풀 수 있는 방법은 결투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대한민국에 한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법치주의를 지향하고 있는 요즘도 법은 피해자들이나 피해자들의 유족들에게 그다지 위로가 될만한 판결을 내려지지 않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복수에 한해서는 그들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지적인 신사의 대명사인 괴테도 결투를 했다고 하니 의외이긴 했지만 그는 갈루아나 푸시킨처럼 결투로 인해 목숨을 잃지는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인 셈이다.
겨우 왕들이 금지시킨 결투는 십자군 전쟁을 핑계로 다시 활기를 띠게 되었다고 하니 그렇지 않아도 쌓인 기사들의 불만을 이교도들에게서 성지를 되찾는다는 성전이라는 그럴싸한 명분까지 주며 기독교의 최고 권력자인 교황이 부추겼으니 다시 유럽은 결투가 성행한다.
결투의 형태도 다양해서 진검을 들고 싸웠던 일반적인 결투도 있지만 말로만 싸우는 결투도 있었다고 하니 재미있다.
추운 지방은 사람들은 추운 날씨에 진검을 들고 휘두르는 진검승부보다 지금의 디스전부터 말로만 결투를 했다고 한다.
세계 각국에서 결투가 어떤 형식으로, 왜 발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통해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매일매일 뉴스에 등장하는 각종 범죄 소식을 접하면서 차라리 이 책에 등장하는 결투라는 시스템이 더 정정당당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결투는 권투나 축구 등의 각종 스포츠들로 자리를 대신하며 사람들의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다.
스포츠로 바뀌었다고 결투의 폭력성이나 위험성이 사라지지는 않았기에 올림픽에서까지 문제가 생기기도 했으며 특히 나치즘의 탄생에 깊이 기여한 매스 게임은 이 책에서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마라톤의 탄생 비화로 유명한 이야기가 올림픽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이 만든 이야기를 사실을 알고 나니 히틀러나 쿠베르탱의 뛰어난 마케팅 능력에 감탄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