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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괘 오래전에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을 미친듯이 눈에 띄는 대로 읽었다.

여름~

지금처럼 여름에 시작된 나만의 에쿠니 가오리 붐은 그 후로도 몇 년 동안 여름 한정 붐이 되었다.

그렇게 당시까지 국내에 출간된 작품을 다 읽어냈고 그것도 부족해서 당시까지 읽었던 작품 중에 가장 좋았던 '반짝반짝 빛나는'을 원어로 읽고 싶은 욕심에 일본어 문고판까지 소장해두고 있다.

이 작품을 읽게 된 이유도 '반짝반짝 빛나는' 의 뒷이야기가 실려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어떤 심각한 상황도 덤덤하다 못해 냉담하게 그려내는 에쿠니 가오리의 시선은 비현실적이라면 비현실적이지만 그 차분하고 냉담한 반응들은 조금은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던 거 같다.

보통의 사람들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일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그런 일을 하면서도 상대방이나 주위 사람들의 시선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우선시하는 이기주의적인 행동을 보면서 뜨악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시점에서 생각한다면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속 주인공들은 대부분 사회의 주류에서 벗어난 아웃사이더, 소수자의 모습을 편견이 전혀 없이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 같다.

영화로 먼저 접했던 도쿄타워의 20대의 토오루는 자신의 어머니의 지인이자 40대의 잡화점 사장이자 유부녀인 시후미와 불륜을 저지르고 있지만 작품을 읽으면서 누구도 그들의 사랑을 단순히 불륜이라고 단정 짓지는 못한다.

사회의 통념으로는 인정되지 않는 관계들을 에쿠니 가오리는 편견이라곤 하나도 섞지 않고 그저 차창으로 지나치는 풍경처럼 담담하게 말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할 수도 있겠지만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생각하지 못할 일들을 덤덤하게 해버리는 사람들이다.

첫 이야기는 어느 노년기의 부부의 깜찍한 사랑 이야기가 등장해서 에쿠니 가오리가 이런 사랑스러운 이야기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엘비스 프레슬리인 척 한밤중에 집으로 전화를 거는 아버지의 모습을 본 딸은 아마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 따뜻함을 느꼈을 거 같다.

다음 이야기부터는 확실히 이게 에쿠니 가오리지~ 하는 이야기 등장한다.

6개월을 유부남의 집에서 동거한 여대생과 그 집에 신문배달을 갔다가 그녀와 연인 비슷한 관계가 된 고교생 토오루와 토오루의 남동생 이 묘한 관계는 이상하다면 이상하지만 그들의 일상은 그냥 그저 그런 나날의 연속인 거 같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다리의 반점 원인은 동물의 벼룩, 사랑하는 반려묘가 옮긴 것이다.

온 집안을 점령한 벼룩과의 전쟁으로 모든 것이 엉망이 되어가는 주인공, 그전까지는 괜찮았던 것들이 벼룩으로 인해 자신의 몸이 엉망이 된 후로는 모든 것이 괜찮지 않은 것이 되어버렸다.

직접적인 관련이라고는 전혀 없지만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이고 이기적인 존재인지에 잘 보여주는 거 같다.

'반짝반짝 빛나는'

이 작품은 동성애 남편의 연인을 인정하고 함께 지내는 부부의 이야기다.

보통 사람들의 시선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그들은 서로의 다름을 이해하고 또 인정하며 살아간다.

이 작품은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성을 가장 잘 표현하는 작품이라는 느낌이 들었고 그녀의 작품을 거의 다 읽어본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 일본어 원본까지 소장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책의 제목과도 같은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서 남편 무츠키의 연인이었던 곤은 새로운 사랑을 만났다.

우라베~ 이 뒷이야기의 주인공은 우라베의 누나이다.

동생 우라베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기 위해서 동생의 전연인의 집이자 아지트인 무츠키와 쇼코의 집에 간 치나미는 지금의 남편을 만났고 그와 하룻밤을 보내고 바로 남편과 이혼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사람들에게 일반인이 생각하는 상식은 별로 큰 의미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상식에 맞게 살아가고 주변의 사람들의 자신들의 상식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새로운 연인을 굳이 자신이 버린 전연인의 집에 데려가고 그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연인의 비호감 누나까지 손님으로 받아들이는 이 부부의 집은 어떤 사람이든 거절하지 않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곳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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