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 39인의 예술가를 통해 본 클래식과 미술 이야기
김희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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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 편을 읽다가 영국의 유명 드라마 닥터후에서 고흐가 닥터의 도움으로 미래로 와서 자신의 작품이 걸린 미술관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열정적인 환호를 직접 보게 된다는 부분이 나왔다.

궁금해서 닥터후의 이 에피소드를 찾아보았다.

고흐가 후대에 자신의 작품이 받는 평가를 직접 듣고 돌아갔지만 주인공들의 바람대로 고흐의 작품이 더 늘지도 않았고 결국 고흐는 역사에 있던 그대로 같은 시기에 자살을 한다.

하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의 작품이 후대에 자신이 원했던 이상의 높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을 알았으니 자살한다는 사실을 변함없지만 심적으로는 위안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이 책에 실린 39인의 예술가들 중에는 피카소나 리스트, 헨델처럼 생전에 이미 성공하여 부와 명예를 얻어 평안한 인생을 살 예술가들도 괘 많다.

고흐나 모딜리아니처럼 재능이 너무 뛰어나서 인생 자체를 삼켜버린 예술가의 삶은 언제 읽어도 안타까움이 남는 것은 하는 수가 없는 거 같다.

예술가들의 사랑 이야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슈만과 클라라, 브람스의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해서 딱히 궁금하지도 않지만 자존심이 강한 클라라가 자신이 선택한 슈만을 배신하는 것은 브람스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것보다 힘든 일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슈만에게는 클라라는 최고의 선택이었지만 클라라에게 슈만은 최고의 선택만은 아니었을 거 같았다.

클라라가 슈만에게 희생을 했던 것은 슈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오기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재능과 행운을 모든 것을 가진 듯한 미켈란젤로는 그 재능만큼이나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나 일에 있어서의 책임감 또한 대단한 듯했다.

천장화를 그리느라 그렇게 고생을 했으면서 다시 천장화를 그리고 700명을 혼자 천장에 매달려 그려낸 80대 노인의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과 자신의 작품에 대한 고집이 느껴지는 거 같았다.

주식투자를 하다가 그림 투자에 그리고 스스로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는 고갱을 보면서 요즘 그림 투자에 열을 올리는 젊은 투자자들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아주 오래전에 멘델스존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예술가들 중에 이렇게 행복하게 살다간 사람도 있다는 사실에 의아하기도 했고 부럽기도 했다.

천재 모차르트도 평생 돈에 시달렸고, 쇼팽은 병약했고, 슈베르트도 말할 것도 없고, 고흐는 세상의 불행은 모두 겪은 듯한 인생을 살다가 비참하게 죽어갔다.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고는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그는 나이 들면서 겪는 누구나 겪는 고통조차도 겪지 않았으니 그마저도 행운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이 책에 실린 39명의 예술가들의 이야기들 중 많은 이야기들을 이미 다른 책이나 클래식 라디오 등을 통해서 접했던 이야기들이었다.

애인과의 불륜 여행에서 만들었다는 드뷔시의 달빛, 지금은 발레 음악의 대표적인 곡이지만 차이콥스키에겐 아픈 경험을 하게 했다는 백조의 호수, 악마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내면서까지 성공을 위해 열정을 다한 파가니니.

제각각의 삶을 살다간 그들이지만 하늘이 주신 재능에 자신들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만들어낸 명작들로 빡빡한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날 작은 위안을 건네주는 그들과의 만남은 언제라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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