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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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도 넘은 오래전에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을 닥치는 대로 읽은 적이 있다.

도쿄타워, 냉정과 열정 사이를 시작으로 장편소설, 단편소설, 에세이까지 국내에 출판된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들을 다 읽고 해마다 새로 출판되는 작품도 읽지 않고 배기지 못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이어져온 에쿠니 가오리 작품에 대한 열정은 바쁜 일정에 한풀 겪어 이제는 그 정도의 열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냉소적인 느낌을 좋아한다.

주말 밤 다른 책을 공부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이 책을 다시 집어 들고 읽었다.

주말 밤이긴 하지만 도서관에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괘 많다

괘나 이른 에어컨 바람아래 벗어놓은 카디건을 다시 입을까 고민하며 나머지 부분들을 다 읽었다.

예전에 읽었을 때에는 생각하지 못한 거 같은데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 특히 연인이나 배우자과 어긋나있지만 그 어긋남을 인정하기도 하고 이별을 하려는 거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혼을 앞두고 자신의 가족들이 싫다고 말하는 아내를 보면서 남편의 심정은 허탈해 보였다.

이 책의 주제가 이별이라는 것을 예전에 이 작품을 읽고 써두었던 리뷰에서 발견했다.

순간 아~~ 그제야 이 책의 주인공들의 심리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거 같았다.

현상 유지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또 타인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자신들이 지금 처한 현실을 정리하는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자 조금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요이치도 왔으면 좋았을걸의 고부관계는 서로가 물과 기름이라는 것을 알지만 섞여있는 묘한 고부 사이가 이제 서서히 그 틀어짐을 인정하는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작품인 잃다의 주인공은 15년간 자신이 기다려왔다고 생각했던 연인의 이혼이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불륜녀라는 이름으로 15년을 기다려 겨우 그 꼬리표를 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그 연인은 자신이 기다린 연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자신에게도 그에게도 남자의 이혼이 문제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15년이 걸려서야 깨닫게 된 거 같았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거라고 쉽게 말하지만 만남에 비해 이별은 그 모습이 괘나 단조로워 보이는 것은 왜일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이별이라고 하면 슬플 거라고 생각하지만 이 작품에서 이별은 단순히 슬픈 이별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공감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이 작품의 주인공들에게 이별은 자신에게 솔직한 인생을 살기 위한 첫걸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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