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미술관 - 인간의 욕망과 뒤얽힌 역사 속 명화 이야기
니시오카 후미히코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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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에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봤다.

베르메르의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소녀가 모델이라 그 모델이 누구였는지에 대하여 끊임없는 논쟁 중인 작품이다.

나 역시도 베르메르라는 작가의 이름도 모를 때 이 작품을 보면서 지금 태어났다면 연예인이네~ 했었다.

전체적인 느낌도 신비로웠지만 푸른색의 터번과 하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는 정말이지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영화에서 이 소녀는 베르메르 집안의 일을 도와주는 하녀로 등장한다.

베르메르가 사랑했던 소녀라는 설정이지만 사실은 아마 이 책의 내용대로 토로니일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거 같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은 단연코 '모나리자' 이다.

모나리자의 작가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밌고 신비롭다.

재능부터 인성, 외모까지 모든 신에게 선물 받은 그는 재능이 너무 많고, 다방면에 능력이 뛰어났던 말 그대로 팔방미인 그 차체였지만 생활력에 있어서는 풍족하다 못해 부유하게 살았던 미켈란젤로나 라파엘로에 비해 가난한 일생을 살았다.

모나리자가 자신의 말년을 돌봐준 프랑스 왕에게 준 선물이 아니라 다빈치의 제자이자 연인으로 유명한 살라이가 프랑스왕에 거액을 주고 팔았다고 하니 더 납득이 된다.

긴 시간 연인이든 제자로든 스승 다빈치의 곁을 지킨 것에 대한 위자료나 유산이라고 치면 납득이 가지 않는 것도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다빈치 생전에도 다빈치 덕분에 먹고살고 다빈치가 죽어서도 다빈치 덕분에 먹고살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하는 수가 없는 거 같다.

화가 중에 사업가로의 수완이 가장 뛰어났던 화가가 바로 렘브란트가 아닐까 생각된다.

라파엘로도 상업적 수완이 뛰어난 화가라고 생각되지만 렘브란트처럼 체계적으로 그림 만드는 공장을 만든 화가는 처음일 것이다.

자신의 공방에서 자신의 작품을 모방품을 만들어냈는데 지금으로 생각하면 렘브란트라는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로 기능을 발휘했으니 그에게는 행운이었을 것이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그가 겪었을 불행들이 그림들에 자리 잡은 느낌이 들어서 말년의 자화상을 보면 우울해진다.

르네상스와 가장 밀접한 가문이라면 메디치 가문이다.

메디치 가문에 대한 이야기는 책으로도 영화나 드라마로도 만들어져서 이제는 너무나 유명하지만 한 가문이 세계 미술사에 이렇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만은 변함이 없는 거 같다.

피렌체의 금융업을 시작으로 규모를 키운 메디치 가문은 다방면에 사업을 넓혀 지금으로 따지면 금융재벌이 되어 피렌체를 지배하게 되고 나중에는 프랑스의 왕비를 비롯한 유럽 각국의 왕비와 바티칸까지 영향을 미쳐 메디치 출신의 추기경과 교황까지 등장하게 된다.

부와 정치권력, 신의 영역까지 지배했던 메디치 가문이 문화 즉 예술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권력이 너무 커지면 당연히 여기저기서 탄압을 받아 몰락하게 되는 것은 역사의 수순이다.

돈과 권력, 신앙의 영역까지 마음대로 휘젓던 메디치 가문도 이 수순을 밟았고 이 가문의 마지막 후손이 가문이 소유한 예술품들을 기증했다고 한다.

예술작품을 통한 선전을 교회보다 잘 한 개인이 있으니 그가 바로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이다.

나폴레옹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바로 그를 작품으로 그린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이다.

지금 우리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나폴레옹의 이미지가 거의 그의 작품이라고 생각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우리의 기억 속에 있는 나폴레옹은 실제의 모습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다비드라는 뛰어난 선전 전문가가 만든 나폴레옹 영웅 버전인 셈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사람은 다빈치도 렘브란트도 아닌 폴 뒤랑뤼엘이라는 프랑스의 미술상이다.

살롱전에도 초대받지 못하던 인상주의 작품들을 지금의 명화 배열에 올려놓은 것은 이 천재 미술상의 전략 덕분이라고 한다.

지금으로 치면 명품 마케팅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그의 마케팅 방법은 요즘에도 괘나 잘 먹히는 방법이다.

자신의 집을 작은 미술관으로 꾸민 그의 의도는 지금이야 누구라도 파악할 수 있지만 당시에 이미 그런 생각을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그가 마케팅 분야에 얼마나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는지 말해주는 듯하다.

미술계에서 천대받던 인상주의 화가들에게 그와의 만남 천재일우가 아니었을까~

떠오르는 고객인 미국의 부호들은 유럽의 귀족에 대한 콤플렉스를 부로 채우고 싶었기에 미국 가격은 더없이 높게 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예술이란 결과적으로 자체의 가치보다는 사회적 가치에 의해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런 점에서 '부'와 예술품은 떼려야 뗼수 없는 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지만 여전히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고가의 작품들은 가끔 경매를 통해 소식을 듣는 것이 전부이다.

평등과 자유를 표방하고 있는 현재에도 여전히 예술은 부를 가진 소수만이 누릴 수 있는 사치품 그대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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