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술
쑬딴 지음 / 쑬딴스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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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자의 프로필을 읽는 것만으로도 살짝 아니 많이 부러움을 가장한 질투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여전히 취업하기 힘들어서 하루하루 아르바이트로 힘들게 살아가는 청춘들이 가득한 요즘 시대를 생각하면 잘나가는 대기업을 하루아침에 자기 발로 그만두고 나와서 북 카페를 차렸다는 팔자 좋은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것은 그다지 구미에 당기지 않았지만 강아지 이야기가 나온다고 해서 읽으려고 했는데 책 속에서 내가 생각한 귀여운 강아지는 별로 등장하지 않고 주인공의 말에 의하면 술을 좋아하는 40대의 사람의 모습을 한 개가 주인공이다.

반이나 넘게 읽었는데도 강아지 이야기가 등장하지 않기에 설마 했는데 저자가 스스로 자신의 집에 살고 있는 개 두 마리 중 한 마리가 자신이라고 설명해 준다.

혹시나가 역시나가 된 것에 어느 정도 짐작은 했지만 허탈했다.

뭐 그래도 저자의 술에 대한 추억들을 읽는 것은 의외로 재밌었고 마음이 무겁고 답답했던 요즘 잠깐이나마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처음에는 강아지와 술에 대한 에세이라고 생각하고 겨울밤 한없이 조용한 도서관에서 펴들었는데 웃음이 터져 나와 곤욕을 치렀다.

그 순간 알았다. 이 책은 잠들기 전에 기분 좋게 읽으면 좋겠구나~ ^^

첫날을 제외하곤 잠들기 전 30분 정도 이 책을 읽고 있다.

지금은 이 책이 나의 자장가인 셈이다.

대형견을 키워야 하는 이유 부분에서 굳이 대형견이 아니어도 강아지가 같이 사는 순간부터 생활이 바뀐다.

특히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면 다른 사람들과 쉽게 친해진다는 말은 나 역시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우리집에서 태어나 11년을 함께 살았던 슬이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지 아직 한 달이 지나지 않아 그 슬픔을 잠시라도 달래볼 생각으로 이 책을 선택했다.

슬이를 잃은 슬픔을 저자와 탄이의 이야기로 잠시 잊어보려 했는데 의외로 주인공과 주인공이 마신 술과 술친구들의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롯데제과의 직원으로 세계 곳곳을 때로는 일을 위한 출장으로 때로는 즐거운 여행으로 다니며 그가 마신 세계의 술들과 그 술을 마신 나라에서 겪은 에피소드들은 괘 흥미진진했다.

큰 계약을 성사시켜준 나일강의 맥주며 아무리 주당이라도 세 가지 가격이 다른 레드, 블랙, 블루 조니워커를 맛으로만 구별하기기 힘들다는 사실과 이슬람 세계의 아가씨들에 대한 선입견도 깨졌다.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아메리카 등등 저자가 많은 곳들을 여행하며 그곳에서 누군가와 술을 마시고 추억을 만들었다.

술에 대한 책은 예전에도 몇몇권 읽은 적이 있긴 하지만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이 주로 고상한 여행기 정도였다고 하면 저자의 술에 대한 이야기들은 너무나 현실적이라 야사 버전을 읽은 거 같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저자가 마셨다는 술의 사진과 에피소드의 배경이 된 장소의 사진이 함께 실렸더라면 더욱 현실감이 있었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술은 단순한 음료가 아닌 사람만이 마시고 취하는, 사람이 개로 변하는 (사실 왜 술 취한 사람들을 개라고 하는지 아직도 의문이다. 개는 절대로 술 취한 사람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다.) 마법의 음료이기도 하니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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