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왕으로 읽는 기막힌 한국사 43 - 고조선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왕을 중심으로 풀어쓴 한국사
김선주.한정수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1년 9월
평점 :
태종태세문단세예성연~~
대한민국에서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흥얼거리는 이것은 조선시대의 왕을 순서대로 외우기 위한 것이다.
왕들의 역사~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아는 역사라는 것이 대부분이 왕들과 그들의 주변의 이야기들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 책처럼 왕 정도는 되어야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으며, 그들은 그들 자신의 능력이나 자질과는 관계없이 존재 자체가 이미 특별한 사람이었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왕은 단군이다.
하지만 단군은 천년이 넘는 재위 기간을 생각한다면 단일한 임금이나 황제 한 명이 아니라 신라시대의 이사금처럼 고대 조선이라는 나라의 임금을 뜻하는 호칭일 것이다.
후에 드라마의 소재로도 자주 등장하는 조선과 위만조선이라고 하는 나라와 구분하기 위해 이 고대의 조선은 고조선이라 이름을 지어졌다.
삼국시대의 건국자들은 백제의 비류와 온조를 제외하면 주몽도, 박혁거세도, 김수로 모두 알에서 태어난다.
박혁거세의 이야기는 어린 시절 위인전에서도 읽은 기억이 있지만 알영이라는 용의 옆구리에서 태어난 왕비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백제 유적으로 가장 유명한 무령왕릉의 왕과 왕비의 관이 일본산 소나무인 금송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또한 의외라면 의외지만 당시의 활발했던 백제와 일본의 교류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부자들이 이태리 대리석으로 좋아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되었다.
유일하게 여왕이 등장했던 고대국가인 신라에서 그 시작을 연 선덕여왕은 남녀라는 성차별보다 성골이라는 성분이 더 중요시되었고, 선덕여왕의 이야기에서 간과되었던 아버지 진평왕의 지지와 후원이 있었기에 무사히 왕이 된 것이다.
태조 왕건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알렉산드로스의 이야기를 생각났다.
자신과의 전쟁에서 진 견훤이나 망국 신라의 마지막 왕과 왕족들을 존중하면서 예의를 갖춘 것은 단순히 그가 좋은 사람이라서라기보다 전쟁 후 민심을 다스리는 그의 정치적 수완을 잘 알 수 있다.
역성혁명으로 왕이 된 태조 이성계는 잠깐 고려 왕 건의 인자했던 정책으로 흉내 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500년 고려 왕조의 왕씨들은 남김없이 사라진다.
태종의 반란으로 사랑하는 후처 강비와 후계자로 세웠던 그녀의 소생 아들 둘을 모두 잃는다.
예전에 읽었던 실록에서 전처의 소생 6명 중 후처 강씨와 가장 사이가 좋았던 아들이 바로 이 태종 이방원이었다고 하니 그들의 인연은 결과적으로 악연 중의 악연으로 끝이 난 셈이다.
만약 강비가 자신의 어린 아들을 왕으로 만들겠다는 어리석은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면 그들은 끝까지 좋은 새어머니와 아들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짧게나마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세조에 대한 오해를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단순하게 조카의 왕위를 탐한 잔인한 숙부가 아닌 만일 먼저 반란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동생인 안평대군과 김종서 일당에 의해 죽음을 당했을 것이다.
단종을 지키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알려진 김종서와 그 일당들이 사실은 안평대군과 함께 역모를 준비했으니 세조의 선택은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육신과 생육신 등 단종의 복위를 도모했던 이들을 역사는 지금까지도 충신이라고 부르지만 그들이 진정 단종을 생각했다면 복위 시도를 포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의 그런 선택은 사실은 단종의 복위가 목적이 아니라 자신들의 사상적 만족감을 위한 지적 자만심의 발로가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다.
조선시대 왕등 중에서 왕으로서의 무능과 인간으로서의 결함의 극치였던 선조는 처음으로 직계 왕족이 아닌 방계의 왕족으로 왕에 대한 교육이라고는 일절 받지 않은 사람이라고 한다.
조선 말기부터 일제의 식민 지배 시기에 무슨 왕이 있었나 하는 생각도 하기 쉽지만 고종과 순종 그리고 황태자까지 2명의 왕이 이었지만 실제 정권을 휘두른 사람들은 명성황후와 흥선대원군이었으니 이 두 사람이 시대의 진정한 황제였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 시대를 바로 읽지 못했다는 비판으로 받고 있지만 이들이 받았던 교육이나 이들이 처했던 개인적인 상황들을 생각한다면 모두 이들의 능력 밖의 일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제목만으로도 답답하기만 한 식민시대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니 주체만 바뀌었을 뿐 딱히 지금의 대한민국이 처함 상황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답답한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