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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미 이치로의 삶과 죽음 - 나이 듦, 질병, 죽음에 마주하는 여섯 번의 철학 강의
기시미 이치로 지음, 고정아 옮김 / 에쎄이 출판 (SA Publishing Co.) / 2021년 6월
평점 :
괘나 오랜만에 읽는 기시마 이치로의 저서이기에 더욱 기대가 되었고 시국이 시국인 만큼 이 주제가 더 와닿는지도 모르겠다.
2020년 겨울부터 일상을 완전히 바꿔버린 코로나19라는 범세계적인 전염병은 그전에 거쳐갔던 사스나 메르스처럼 한절기만으로 끝이 나지 않았다.
2021년 7월 델타 변이 등의 변이들로 인해 다시 확진자와 사망자가 늘어가고 있다.
기시마 이치로가 철학을 하게 된 계기는 그가 어린 시절에 겪었던 가족들의 연달은 죽음이었다고 한다.
예전에 읽었던 그의 저서에서도 한 번은 읽은 적이 있어 기억이 나지만 주제가 삶과 죽음인 이 책에서 다시 만나는 이 이야기는 '죽음'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거 같다.
이 책은 기시마 이치로가 코로나가 유행하기 몇 달 전부터 시작한 교토에서의 강의를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의 두 수업은 결국 코로나로 인해 강의로는 하지 못했다고 한다
저자의 아버지도 반대했던 철학을 공부하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들과 생활을 곤궁하게 만든다는 것은 철학이 가진 문제가 아닌 철학을 공부하면 돈에 연연하지 않게 된다는 이유 때문이라고 한다.
철학~
소크라테스나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칸트, 니체 등등 철학자라고 불리는 많은 사람들이 아주 옛날에 주장한 이론이나 사상들을 지금 공부하는 것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은 예전에 나 역시도 한 적이 있다.
기시마 이치로는 이 책에서 여섯 번의 강의를 통해서 왜 철학을 공부해야 하며 그 철학이 어떻게 삶의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자신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의 진짜 의미와 타인과 그 타인의 타인인 나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른 시선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생각의 폭을 넓혀주었다.
매일매일 티브이 속 숫자로만 보는 코로나 확진자 수 그리고 코로나로 인해 현재까지 사망한 사람의 숫자를 이제는 그저 매일 보는 일기예보 속의 온도 정도로만 생각할 정도로 무감각해져갔다.
자신의 주변인이 코로나로 사망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저 사망자의 숫자 '1'일 뿐인 그 죽음에 대해 그리 깊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물른 이 책에서 말하는 죽음과는 조금 다르지만 나이듦과 질병 그리고 죽음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피해 갈 수 없는 수순일 것이다.
하지만 나이듦과 질병, 죽음은 그 자체가 재앙이자 고통만은 아니다.
나이듦과 질병이라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그 현실에서 행복을 유지하며 살기 위해 필요한 학문이 바로 철학이라는 저자의 가르침은 이런 시기이기에 더욱 와닿는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당장 내일 아니 1분 1초 뒤에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다.
지금 여기 살아있는 내가 1분 1초 전의 나보다 좀 더 행복하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고 또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다시 한번 저자에게 배우게 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