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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자기 여행 : 동유럽 편 - 개정증보판 ㅣ 유럽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2월
평점 :
아주 오래전에 일본 드라마에서 '에르메스' 라는 브랜드의 커피잔에 대해 자랑을 늘어놓는 OL의 모습을 보면서 명품 가방 브랜드라고만 알고 있었던 에르메스에서 찻잔 같은 것도 만드는구나~ 했답니다.
무슨 커피잔에 명품이 있나 하고 생각했던 그 찻잔들을 이 책에서 다시 만났고 그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왜 그 찻잔들을 들고 드라마 속 일본 여성들이 그토록 호들갑을 떨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이 책의 시작으로 파란색의 마이슨 도자기들을 보면서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기억이 났다.
금띠를 두른 에르메스의 명품 찻잔과 백자에 파란 무늬가 인상적인 마이슨 도자기를 시작으로 유럽의 도자기의 세계로 만든 유럽의 도자기들은 그 시조가 일본의 도자기였다고 하니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는 조금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임진왜란 시절 일본으로 강제로 끌려간 조선의 도공들이 일본 도자기의 시작이었다는 것은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국립 박물관에서 보면서 감탄을 했었던 고려청자며 조선의 백자들이 우리에게는 이제 박물관의 유물로만 남아있는데 이것을 빼앗아간 일본은 그 도자기들은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유럽인들을 자신들의 문화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중국의 도자기들을 보고 반한 유럽인들이 더 이상 중국의 도자기를 손에 넣지 못하게 된 시기에 자신들이 조선으로부터 끌고 온 도공들을 닦달하며 만들어낸 아리타 도자기로 자신들이 도자기의 나라인양 위세를 떨었고 지금은 동양의 도자기를 보고 만들어낸 서양의 도자기들에 열광하고 있는 셈이다.
동양, 특히 도자기하면 가정 먼저 떠오르는 고려청자나 조선백자가 장식용으로 사용되었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서장의 도자기들은 커피잔, 찻주전자, 음식을 담기 위한 플레이트 등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용도 대부분인 거 같았다.
물른 동양의 병마용처럼 인물이나 동물의 모양을 만든 서양의 피겨린의 차이점은 그 모양 자체도 다르지만, 병마용은 죽은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면 피겨린은 살아있는 사람을 위한 것이었다는 점 또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러시아의 예카테리나 여제나 프랑스 루이 15세의 공식 정부로 명화에도 등장하는 퐁파두르 부인은 자신의 애완견들을 피겨린으로 특별 주문하기도 했다고 한다.
특별히 따로 색채를 입히지 않고 자기 그 자체의 은은함과 양각이나 음각만을 사용하는 동양의 자기들에 비해 서양의 자기들은 화려한 색상으로 꽃이나 식물 등을 그려놓았다.
장식용으로 사용되는 화려한 인물상도 있었고, 명화들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근사한 그림들이 그려진 자기들도 인상적이었다.
이런 서양의 도자기들을 보면서 왜 조선의 백자에는 정선이나 김홍도, 신윤복 등의 그림이 그려진 도자기를 만들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도자기 여행이라고 해서 잔, 주전자, 꽃병이나 뭐 그런 도자기만을 생각했는데 타일과 도자기가 한 끗 차이라는 것에 의외였다.
욕실처럼 물에 있는 곳에만 사용하는 것이 고작이라고 생각했던 타일을 서양에서는 벽을 장식하거나 궁전이나 관공서의 지붕에 사용하고 등 자신들만의 특색을 드러내는 장식구로 잘 활용하고 있는 거 같았다.
왕족들의 외교에서 선물로도 사용되었다는 고급 그릇 세트들도 인상적이다
박물관에서 자리나 지키고 있는 대한민국의 도자기들에 비해 유럽의 도자기들은 자신들의 나라와 도시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지금도 당당히 명품으로 빛을 내고 있는 거 같아 그들의 도자기에 대한 자부심이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