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 없이 그림 여행 - 화가의 집 아틀리에 미술관 길 위에서 만난 예술의 숨결
엄미정 지음 / 모요사 / 2020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 조카의 고교 입학 선물로 서울에서 열리는 마르셀 뒤샹전을 보러 갔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뒤샹전이라 더욱 기대가 컸더랬다.

그전에도 시간이 날 때나 겨울 방학이면 조카들과 함께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서 특별전을 보고 왔었다.

너무 늦었지만 매년 그렇게 다니려고 게획하고 있었고 2020년 겨울에도 루트렉전도 보고 전해에 보지 못했던 상설전을 보러 갈 생각으로 여행 계획을 세웠었다.

가능하다면 음악회도 가볼 생각으로 날짜에 맞는 연주회 일정도 알아보고 있었더랬다.

하지만 2020년 2월 코로나19의 시작과 함께 모든 계획은 사라졌다.

사실 그떄까지만해도 5월달까지 한다길래 이내 코로나가 끝나면 갈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후로 더 심각해지는 코로나19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미술관에 전시회를 보러 갈 수는 없었다.

그렇게 2020년이 다 지나고 꼼짝달싹도 못한 채 2021년까지 맞이했다.

저자의 인사글을 보면서 언젠가 저자가 다녀왔던 이 길들을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미리 따라가보고 싶었다.

뒤에 등장하는 페르메이르나 클림트, 카라바조 그리고 모네나 고흐의 길에 첫 시작인 뒤러의 길은 낯설기만 하다.

긴 머리의 미남자의 자화상으로 유명한 뒤러의 작품들은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이 책에 실린 작품들 대부분이 낯설기만 했다.

그가 이탈리아 유학파라는 것도 화가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사업가로서의 능력까지 출중했다는 사실에 그가 지금 이 시대에 살았다면 어떤 모습일까하는 궁금증도 생긴다.

언젠가 일본에서 했다는 페르메이르전을 본 누군가의 글을 읽은 기억이 난다.

어느 날 갑자기 유명해진 그는 북유럽의 모나리자라고 불리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를 비롯한 많지 않은 작품이 남아 더욱 신비롭게만 느껴진다.

고향 델프트를 거의 떠난 적이 없는 화가에 비해 그의 작품들은 암스테르담을 비롯한 주요 미술관에 자리 잡고 있다.

그가 그림을 소재로 그렸던 곳들이 지금은 변하고 없지만 그가 그린 하늘만은 그대로인 듯해서 언제가 저자처럼 그 하늘을 실제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빌어본다.

"황금빛의 화가' 클림트 다소 선정적으로 보이는 그의 몇몇 작품들과 그의 유명한 사랑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가 어떠했는지 그의 그림에서 황금빛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조토와 앙귀솔라는 사실 바로 뒤에 등장하는 카라바조의 역정적인 여정에 가려져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이탈리아의 초기 르네상스 시대에 대해 각각의 멋진 유적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여정 아니 도망을 다닌 카라바조는 그의 작품들만큼이나 어둡고 험난하기 그지없었다.

뒤러처럼 사업가의 소질까지는 아니었지만 생전에 이른 나이에 성공을 했고 다른 화가들에 경제적으로도 곤란을 겪지 않았던 모네의 작품들을 보다 보면 바로 뒤에 등장하는 고흐와 비교가 된다.

남의 것들을 그렸던 다른 화가들에 비해 모네는 자신의 정원에서 자신이 그리고 싶은 것만을 그렸다.

같은 소재를 빛의 변화에 따라 그린 그의 여정길은 다른 화가들의 여정길에 비해 그리 험난한 거 같지는 않았다.

고흐에 대한 것들은 이미 다른 책이나 자료들을 통해 많이 알고 있었지만 론강에 비치는 별빛은 꼭 보고 싶어진다.

세잔이나 시나크, 마티스에 대해서는 따로 공부를 한 적이 없어서 그들의 대표작 몇몇 작품을 제외하면 아는 바가 거의 없었기에 이 책을 통해 그들의 작품이며 살아온 시대, 환경, 작품들의 탄생 배경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독일과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스페인, 마지막으로 프랑스까지 뒤러부터 마티스까지 13명의 화가들이 어떤 시대를 살았고 어떤 거리를 거닐었으며 그 거리들이 지금 어떻게 바뀌었는지 실제로 보고 확인하고 싶었던 많은 것들을 저자의 글과 책에 실린 사진을 통해서 미리 볼 수 있어 좋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