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계절의 클래식
이지혜 지음 / 파람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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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왔다는 것도 아니 지나가고 있다는 것도 겨우 짬을 내 저녁 도서관에 가던 길에 다 떨어진 은행나무 잎을 보고 문득 깨달았다.

날씨가 추워서 파커를 꺼내 입으면서도 가을이 지나가고 있는 11월을 살고 있다는 자각조차 못한 것이다.

올 2020년 한 해는 코로나로 시작해서 지금도 여전히 코로나의 확산과 아마도 12월까지 시끄러울 미국 대통령 선거로 인해 마지막까지 틈을 보이지 않을 거 같다.

자주 듣는 클래식 라디오에서 베토벤 "합창"이 흘러나오면 연말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기타 선율이 유난히 애달프게 들리는 타레가의 '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사실 애달픈 사람의 이야기 같은 것은 없다.

이미 예전에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끔은 그 사실을 모른 채로 이 음악을 들었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클래식 음악계 최초의 아이돌이자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던 꽃미남 리스트의 사람의 꿈은 자신의 연인이자 후원자였던 공작부인과의 사랑 이야기를 곡으로 남긴 것이라고 한다.

"솔베이지의 노래" 와 "아침 전경"으로 유명한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은 어느 나라에나 있을 법한 옛이야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페르귄트와 그를 끝까지 기다리는 솔베이지~ 결국 시간이 많이 지나 페르귄트는 솔베이지에게 돌아오지만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가 아닌 그 마지막 만남을 끝으로 그녀 곁에서 눈을 감는다.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그 서글픈 노래 속에서 과연 솔베이지는 그가 생의 마지막 순간이 되어서야 자신을 찾아온 것이 기뻤을까? 하는 현실적인 의문이 가끔 생각나곤 했다.

처음으로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던 계기가 되었던 곡, 지금도 우연히 그 곡을 듣게 되면 하던 일을 멈추고 듣게 만드는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한동안 다뉴브강으로 나왔지만 어차피 같은 이름이니 딱히 상관은 없다.

나에게 이 곡은 초록이 가득한 5월의 느낌이었지만 빈필의 신년음악회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곡인 만큼 저자의 구분대로 겨울이 맞을 거 같긴 하다.

젊은 이들의 꿈과 사랑, 좌절을 그린 오페라 푸치니의 '라보엠'은 문득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의 20대-30대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경제적 곤란과 이루지 못하는 꿈, 그리고 이별로 끝나는 사랑까지 단 하나의 희망조차도 보이지 않는 라보엠의 주인공들은 과연 크리스마스의 이브의 기적같았던 사랑만으로 만족했을까~

비발디의 '사계'는 너무나 유명한 바이올린 협주곡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에게 이곡 외에도 바이올린 협주곡이 있다는 것도, 이 곡이 4번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클라리넷 협주곡들은 정확한 곡명을 알지는 못하지만 들어보면 대부분이 아~~ 하고 많이 들어본 곡들이다.

클래식 음악가 가운데 가장 부러운 생을 살았던 멘델스존의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읽고 다시 들었을 때 그 곡의 환상적인 느낌이 더 사는 거 같다.

'짐노페디' 라는 독특한 곡명과 기이한 인생을 살다간 천재 에릭 사티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가을, 겨울, 봄, 여름까지 4계절에 어울리는 곡들을 저자가 골라서 그 곡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 곡을 만든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곡에 따라서는 왜 이 곡이 겨울이고, 이 곡이 여름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지만 저자의 설명을 읽다 보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고 수긍이 가기도 했다.

클래식 하면 어렵고 지겨운 음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저자가 알려주는 대로 계절 맞는 곡들을 찾아서 듣다 보면 그리고 그 곡들의 이야기를 하나둘 알게된다면 클래식 음악만이 주는 매력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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