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 - 영국 보수당 300년, 몰락과 재기의 역사
강원택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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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이름만 바꾸면 자신들이 한 과거의 행적이 사라지는 줄 아는 대한민국의 정당들만 보다가 몇십 년도 아니고 몇백 년을 이름을 바꾸지 않고 유지해 오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책에 등장하는 영국의 토리당을 비롯한 유럽의 몇몇 정당들에 대한 존경심과 정치라는 것을 제대로 할 줄 아는 프로들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 나라의 정당이 그것도 '보수'라는 어쩌면 답답한 이름을 1600년대부터 유지해왔다는 것은 사실 지금 대한민국의 정치판을 보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정당의 이름을 떠나 "보수"라는 단어가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이다.

보수가 그저 진보의 반대의 의미로 고리타분하고 답답하게 옛것만 유지하려고 하는 기득권층을 의미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영국의 보수당은 그것과는 다른 의미였다.

사실 영국의 정당 중에 토리와 휘그의 이름 정도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그 구분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는데 이제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들의 역사적 배경이나 정치적 의견의 차이 등에 대해서 알 수 있었다.

정치 이야기라고 하면 나라 전체나 국민을 위한 정치는 안중에도 없이 그저 지 밥그릇 싸움에만 연연하는 대한민국의 엉망인 정치판만 생각하다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된 정치와 정치인의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었던 거 같다.

정치라는 것이 출세를 위한 과정이나 출세의 결과물, 아니면 권력을 위한 수단에 불과한 대한민국의 현 정치인에게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정치인이 지닌 프로정신이라는 것도 볼 수 있었던 거 같다.

처칠, 대처 등 그 이름만으로 쟁쟁한 영국의 역사를 이끈 정치인들의 행적도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면을 읽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한동안 외면받았던 보수당이 다시 영국인들의 신임을 받는 정당으로 위상하는 모습은 책으로나마 감동적인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정당이 탄생하고 몰락하는 이야기는 사실 어느 시대 어느 역사에서나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긴 시간 동안 유지하면서 재기하는 정당의 이야기는 사실 별로 들은 적이 없다.

특히 조금만 이미지에 타격을 받아서 그저 이름만 바꾸면 자신들의 나쁜 행적도 함께 사라지는 줄 아는, 국민을 자신들의 부하나 돈줄 정도로만 아는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의 집단과 비교하게 되고 이런 집단을 과연 정당이라고 불러야 하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의회정치가 처음으로 탄생했던 영국의 정당이기에 갖는 프리미엄도 있겠지만 보수당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국 정치사 300년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했다.

정치라는 분야에 한한 책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치와 역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인 만큼 160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영국 역사에 대해서도 재밌게 읽을 수 있어 더욱 좋았다.

이름도 낯선 정치인들의 이야기며 그들이 만들어낸 영국의 역사 뒷면의 숨겨진 정치 이야기 또한 재밌었다.

제목은 조금 딱딱하고 재미없어 보이지만 내용은 어렵지 않았고 영국 역사와 영국의 정치인 당시의 영국의 정세와 세계에서의 영국의 역할이나 위상을 생각하면서 읽으니 더욱 흥미롭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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