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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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몇 달 전에 처음으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읽었다.

소재가 환생이었던 소설 기억이 한참이나 늦은 이제야 베르나르 베르베르라는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읽을 계기를 마련해 준 셈이다.

다음으로 읽었던 죽음은 어느 작가가 죽은 후에 영혼이 되어 자신의 죽음의 실체를 파헤치는 이야기로 굳이 따지다면 사후에 일어나는 이야기이다.

유명 소설가가 쓰는 희곡이라 어떤 느낌일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희곡~

셰익스피어와 단테가 먼저 생각났지만 나는 그들의 작품을 완독하는데 늘 실패했다.

두껍고 어려운 인문서나 경제 관련 책을 읽어내는데 남들은 재밌다고 하는 이 명작들을 읽는데도 매번 읽기를 시도하고 중단하기를 반복하는 것이 어느 순간부터 연례행사가 되어버렸다.

물른 유명 서양화와 함께 편하게 읽는 스타일의 책이나 소설처럼 읽기가 수월하게 나온 책들을 통해서 이 작품들을 읽기는 했지만 두꺼운 책의 원래 희곡 스타일의 책은 아직도 한 번도 완독하지를 못했다.

나에게는 현세의 세계적으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소설가가 쓴 희곡을 읽는다는 긴장감이 작품의 내용에 대한 호기심보다 더 컸다.

그리고 사후에 심판을 받는다는 '심판'의 내용도 이 작품을 선택하게 만드는데 아니 선택하게 만드는데 용기를 준 셈이다.

피고인, 변호사, 검사, 재판장~ 일단 등장인물이 네 사람뿐이라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지만 다음 장을 펴는 순간 예상치 못한 인물들의 등장에 살짝 긴장했다.

하지만 이내 앞에서 공지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의 대화가 시작되면서 앞서 병원 장면에서 등장했던 아니 무대 위에 있었던 환자가 피고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런 부분에서는 앞서 읽었던 죽음과 비슷한 사후의 이야기지만 이 작품은 고대 이집트의 벽화에 그려진 사후의 재판이 생각나게 한다.

처음엔 의아하기도 하고 그저 웃음을 주려는 작가의 센스 정도로 생각했던 피고와 검사의 다툼은 나중에 검사가 피고인의 전생의 부인이었다는 것으로 밝혀짐으로 정확히 이해가 됐다.

옛말에 부부는 전생에 원수라는 말이 있는데 이 부부는 전생이 아닌 천국의 심판대에서 원수가 된 셈이다.

무엇보다 의외였던 것은 이 작품 속에서 피고인이었던 아나톨이 현세에서 판사였다는 사실이다.

그가 현세에서 했던 행동들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그의 아내였던 검사 베르트랑의 의견의 차이 부분에서 우리는 누구나 아나톨과 같은 착각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아직은 돌아갈 수 있는 아나톨의 몸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의 모습에 죽음 후에도 여전히 현세에 미련이 많이 남은 현생에서 성공을 거둔 인간의 흔한 모습이 보인다.

생전의 자신의 전리품들에 대한 미련으로 인해 생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자신의 생전 수호천사이자 심판대에서의 변호인인 카롤린의 설득으로 단념한다.

하지만 천국에 남기를 원했던 그에게 내려진 처벌은 환생이라는 점 또한 불교의 환생이 고통의 생으로의 귀환이라는 점과 비슷한 거 같았다.

작품 속의 소재로 등장하는 두 건의 살인사건이 여운이 많이 남는 것은 작가의 의도인지 아닌지 궁금했고 이 사건들의 진의 여부 또한 궁금해졌다.

희곡이라고 하면 신곡이나 셰익스피어의 작품 등의 고전만을 접해봤던 나이기에 이번 작품은 더욱 신선했다.

그래도 드디어 희곡을 다 읽어냈다는 성취감과 이 작품에 앞서 집필했다는 저자의 또 다른 희곡을 읽어보는데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 작품에서 그동안 읽었던 그의 작품들에서는 아직 느껴보지 못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나름의 유머감각과 많은 사람들이 그의 작품에 끌리는 매력의 일부분을 알 수 있었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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