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완성 글씨 연습장 - 악필 교정에서 바른 손글씨까지
박재은 지음 / 경향BP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처음에는 악필 교정 같은 건 관심도 없었다.

괘 오래전 마음이 심란하거나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있을 때면 학창 시절에 쓰다가 남은 한자 교본책을 다시 펴들고 한자를 한획한획 쓰면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마음의 혼란을 진정시키고 쓸데없는 감정 낭비에 에너지를 사용하느니 한자라도 하나 더 공부할 수 있으니 더욱 합리적인 방법이었고 더욱이 당시 공부하고 있던 일본어 공부와 중국어 공부에도 도움이 되니 더없이 좋은 시간 때우기였다.

가지고 있던 한자 펜 글씨를 다 쓰고 난 뒤엔 굳이 따로 준비하지 않았고 그때그때 처음 알게 된 한자를 노트에 반복해서 적고는 했다.

컴퓨터에 스마트폰까지 연필이나 펜으로 뭔가를 적는다는 것이 과연 필요할까 하는 생각도 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저 키보드나 스마트폰을 두둘기는 것으로는 부족한 뭔가를 느낄 수 있었다.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쓰고 익히는 것이 더 기억에도 남았고 심적 안정감에도 도움이 되었다.

한글을 이런 교본으로 배우고 하나하나 적으면서 공부한다는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이나 하는 일정도라고 생각했기에 이런 한글 교본은 참으로 낯설기만 했다.

설사 한글을 연습한다고 해도 단어 위주의 연습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우선적으로 자신의 지금의 필체에 대한 정확한 분석부터 시작해서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라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기독성'이라는 것도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스스로의 글씨가 지닌 기독성을 판단하고 또 기독성을 높이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글씨는 쓰는 속도는 단순히 개성이 아니라 연습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

글자의 크기나 자간, 행간에 대해서도 그냥 각자의 개성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수정과 연습을 거쳐 훈련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다.

'적당히' 의 수치를 스스로 익히기 위해서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한 것이라는 것 또한 알 수 있었다.

가로획이나 세로획, 사선, 동그라미 등 한글을 이루는 기본적인 모양을 한 번도 이렇게 분해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한글이 하나하나 다른 모형들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던 거 같다.

한자나 일본어를 공부할 때 한 획 한 획을 수순에 따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한글에 한해서는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에 의아함마저 느껴졌다.

필압 또한 개인의 개성이 아닌 보다 효율적으로 글씨를 쓰기 위해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필을 잡는 위치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적절한 위치가 있으며 그 부분을 잡는 것이 효율적인 글씨 쓰기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배울 수 있었다.

이런저런 공부를 하면서 연필을 구비해두고 사용한지도 벌써 몇 년이 되었다.

중학생이 된 후로 연필을 사용하지 않았기에 그 긴 시간을 지나 잡은 연필이 처음엔 괘나 어색했지만 일본어와 중국어 공부를 하면서 연필 사용이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에 이 책도 늘 사용하는 연필로 시작하기로 했다.

외국어 특히 한자는 이렇게 획을 순서대로 그어 쓰는 것에 익숙해졌지만 한글은 확을 순서대로 긋는 것조차 어색하기 그지없었다.

하루에 연습할 시간을 정해두고 그 스케줄에 맞춰서 하루치를 써나갔다.

4등분이 된 네모 안의 위치까지 따라 그리고 각 칸의 글자의 길이며 위치 등 평소에 글씨를 쓸 때는 관심조차 기울인 적이 없는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기울이며 한 획씩 또 한 글자씩 써나가면서 조금씩 나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여전히 마음이 급할 때면 예전의 버릇이 나오지만 연습한 단어나 문장을 쓸 때면 나아진 글씨체와 스스로 연습했던 글씨를 따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에 뿌듯함이 들었다.

당장에 이 책에 있는 글씨를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어지러운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만 생각했던 글씨 연습장은 예전에 사용했던 한자 연습장과 비교해도 큰 손색이 없었던 거 같다.

사실 악필로 명필로 바꿀 수는 없다고 생각했었지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명필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독성이 높고 쓰기에도 더욱 편안하고 효율적인 한글을 쓸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