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낳은 칠궁의 후궁들 - 왕이 사랑했지만 결코 왕비가 될 수 없었던 여인들
홍미숙 지음 / 글로세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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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왕들 중에 아버지가 왕위 재위 중이고 어머니가 왕비일 때 태어난 외아들은 숙종뿐이었다고 한다.

숙종의 시대, 조선시대의 어느 왕들보다 왕권이 강했던 것은 아버지에게 어머니 명성왕후 외엔 후궁이 하나도 없었고 그에게는 누나들뿐이었기 때문이었기에 숙종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라이벌 같은 건 없는 명실공히 왕재 그 자체였다.

이런 아버지가 괘나 답답해 보였는지 기센 어머니를 꼭 빼닮은 숙종은 자의반 타의 반으로 여러 명의 여인들과의 정사로 영국의 튜더왕조의 헨리 8세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거 같다.

이 책에 실린 후궁들 중 두 명이나 숙종의 후궁이었고,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인 앤 볼린의 조선 버전 장희빈과 영조의 어머니인 무수리 출신의 숙빈 최씨 자식이 둘이나 왕위에 올랐으니 각각 어머니가 다른 자식 셋을 왕위에 올린 헨리 8세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장희빈은 실록에도 미인이라고 기록될 정도의 미인으로 부모가 안 계시긴 했지만 생활이 궁핍해 궁녀가 된 여인은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장희빈이 가난했다고 하니 의아했다.

가난한 것이 아닌게 아니라 그녀는 지금으로 치면 재벌집의 초미인 아가씨가 숙종의 타깃으로 정권을 쟁취하기 위해 투입한 당시 비주류였던 남인 세력과 장희빈의 친정인 역관 출신의 재벌인 그녀의 숙부와 숙종의 할머니가 계획적으로 투입한 무기였다.

기 센 며느리인 숙종의 어머니 명성황후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할머니의 처소에 있으면서 숙종이 문안을 올 때마다 같이 차를 마시는 자리까지 하면서 숙종을 유혹했다고 하니 나중에 그녀가 왕비가 되고 아들이 왕의 자리에까지 올랐으니 가장 성공적인 미인계의 표본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최후의 승자는 장희빈이 아닌 장희빈에게 핍박받던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 씨이지만, 숙빈 최 씨 또한 그저 그런 무수리가 아닌 장희빈에게 질린 숙종에게 의도적으로 접근시킨 인현왕후의 가문 즉 당시 집권층 서인 가문의 무기였다고 하니 그녀의 스파이로서의 행동능력은 미인계 스파이의 대명사 마타 하리를 능가하는 실력자임에 틀림이 없는 셈이다.

아들 영조와 증손자 정조 그리고 정조의 아들인 순조까지 자신의 핏줄이 3대나 조선의 왕이 되었고 특히 영조와 정조는 그 능력 면에서도 탁월한 성군이었으며 이 책의 배경 장소인 칠궁을 처음 만든 이도 영조였으니 칠궁에 모인 그 어떤 후궁들도 그녀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칠궁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했었다.

조선의 왕과 왕비를 모시는 종묘라는 것만 있다는 것을 알았기에 후궁이든 왕비든 어쨌거나 왕의 여인들이고 왕가의 사람들이니 위치를 조금 달라도 종묘에 모셔진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왕을 낳은 후궁들은 그 많은 조선시대 왕의 후궁들 중에 겨우 4명뿐이라는 것도 의외였다.

숙종의 아버지 현종을 제외하면 거의 2-3명의 후궁은 기본적으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니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사후든 어쨌든 왕의 어머니가 된 그녀들은 후손을 잘 둔 덕에 사후에 따로 사당에도 모셔졌으며 묘 또한 책에 등장한 여러 사진과 설명글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왕후의 묘로 승격되었으니 그 또한 행운일 것이다.

선조의 후궁이었던 공빈 김씨와 인빈 김씨의 묘한 인연은 참으로 죽어서도 악연은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반대로 숙종과 희빈장씨의 인연은 몇 백 년을 긴 시간을 지나 우연에 우연을 거듭하여 다시 만나게 되는 그들의 인연은 도대체 얼마나 질긴 인연이길래 하는 결국 숙종의 다른 부인들은 그녀와 숙종의 인연의 일부분이었을까 하는 느낌

도 들었다.

영조에게 사도세자 외에 장남이 있었다는 것, 정조가 자신의 큰아버지인 진종의 양자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진종의 어머니 정빈 이씨에 대한 것을 알지 못했었다.

사도세자의 어머니이자 정조의 친할머니인 영빈 이씨의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뭐 이런 어머니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는데 이런 그녀도 후손을 잘 둔 덕분에 자신이 영조와 함께 죽인 아들 사도세자가 한참 후의 후손인 고종에 의해 왕으로 추존되어 자신의 시어머니와 함께 칠궁에 모셔졌다고 한다.

순헌황귀비 엄씨는 사실 명성왕후의 궁인들 중에 승은을 입어 후궁이 된 여인이 있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녀가 명성왕후에 의해 10년이나 내쳐졌다는 것도, 명성왕후 사후에 다시 궁으로 돌아와 왕비 대행을 했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조선의 왕은 고종의 아들 순종으로 막을 내렸다고 알고 있기에 영친왕의 어머니인 엄씨가 칠궁에 모셔졌다고 하니 의아했지만 이승만의 방해로 아들을 만나지 못한 그녀의 한이 그나마 이것으로 조금은 풀렸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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