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한 세계사 - 개를 사랑하는 이를 위한 작은 개의 위대한 역사
이선필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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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이" 는 벌써 10년째 함께 살고 있는 우리집에서 태어나서 유일하게 장수 중인 아이다.

태어났을 때 엄마개나 함께 태어났던 형제들이 흰색과 검은색의 판다 같은 얼룩인데 비해 혼자만 보슬눈같은 하얗고 부드러운 털이 작은 온몸을 덮고 있어서 지어준 이름이다.

까만 눈과 코 외엔 다 보슬눈같던 아기개는 이제 10살이 되었지만 그 시절의 미모는 지금도 크게 변한 것은 없다.

녀석은 자신이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거 같다는 생각에 가끔 어이없기는 하지만 녀석의 존재는 우리 가족들에게 힐링 그 자체이다.

개의 세계사~

의구총이라는 것을 드라이브 도중에 몇 번인가 지나친 적은 있고 그 이야기는 알고 있지만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진돗개나 풍산개, 삽살개 등의 토종 강아지들의 용맹이나 총명함에 대한 옛날이야기 비슷한 에피소드들은 조금 알고 있고 세계 대전중에 활약을 했다는 개들의 이야기도 조금은 알지만 그 외엔 개들의 세계사에 대해 딱히 아는 바가 없는 거 같아 이 책의 내용이 더욱 흥미롭고 재밌었던 거 같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개의 역사는 생각보다 더 오래된 것이었다.

이 책에서 우연히 알게 된 '개판 오 분 전'의 진실 또한 충격적이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혼잡한 상태를 보면서 하던 이 말이 사실은 개들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말이었다는 것에 죄 없는 강아지들에게 미안함도 들었다.

개판 오 분 전은 멍멍이들이 엉망으로 엉켜있는 모습이 아닌 6.25 피난 시절 부산에 모인 피난민들을 위한 밥솥을 열기 오 분 전, 즉 멍멍 개가 아닌 열 개(開)를 사용하는 말이었다.

인류사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 문명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개는 사랑스러운 존재였던 거 같다.

그들은 가장 처음으로 개의 이름과 주인이 이름이 새겨진 개 목걸이를 해준 문명이었다고 한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유물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모양의 개 조각상이나 펜던트들은 '개' 라는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고 있는 거 같았다.

이집트 문명에서의 개는 또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스 신화의 가장 유명한 개인 케르베로스는 머리가 3개인 저승을 지키는 개이다.

이집트 문명과 그리스 문명에서 개는 저승을 가르키는 의미 또한 지녔었다고 한다.

개는 광견병의 무서운 전달자이기도 하지만 목숨을 바쳐 주인을 지키고 어떤 상황에서든 주인을 향해 꼬리를 흔드는 사랑스러운 존재이기도 했다.

개의 이야기가 등장하면 당연히 따라서 등장하는 이야기가 바로 고양이이다.

고대로부터 고양이는 그 도도하고 매서운 모습으로 인해 신성시되기도 했지만 개에 비해 길들여지지 않는 습성으로 인해 미움을 받기도 한 거 같다.

고대 문명 중 고양이를 신성시한 이집트 문명도 있지만 중세 유럽에서는 흑사병의 책임을 고양이들에게 물어 많은 수의 고양이들이 마녀 취급을 당하며 학살당했다고 하니 인간의 이기심과 무지에서 나오는 결말치곤 그들에게 과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보다 더 개들이 행복했던 고대 페르시아의 이야기는 읽으면서 그 시절의 개들이 부럽기도 했다.

우리집 개만큼이나 털이 매력적인 페르시안 고양이는 사실 페르시아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한다.

개와 저승사자를 연결시킨 부분은 동서양의 공통된 문화라고 한다.

'정화의 월요일'이라고 불리는 대규모의 개를 학대했던 역사는 읽으면서도 너무 끔찍해서 충격이었다.

로마인들과 고양이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당시 해상 무역을 장악했던 페니키아인들의 밀수입에 의해서 였다고 한다.

인도를 보여주는 다큐 등에서 개들이 한가로이 있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인도의 개들은 신성시되어 언터처블이라고 한다.

인도에서의 개의 존재감은 다양한 신화에서도 잘 알 수 있었다.

지금은 1억 마리 이상의 애완견을 가진 나라 중국은 사실 개가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이었다고 한다.

지금이야 야만적인 행위라고 하겠지만 그 시절을 생각한다면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공산주의로 인해 반려견이 부르주아적 취미로 취급되어 시진핑이 집권 이후 차우차우가 고기로 팔려간 적도 있다고 하니 개도 사람만큼이나 정권을 잘 만나야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 같다.

일본은 개보다는 고양이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일본의 신화나 민화에서도 개가 자주 등장한다.

유명 일본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에 등장하던 커다란 흰 개는 북해도의 원주민인 아이누인들의 신화에도 등장한다.

역시 일본 하면 빠지지 않는 캐릭터 '헬로키티' 와 복을 준다는 고양이 '마네키네코'로 인해 일본은 개보다는 고양이를 위한 고양이 집사국이 된 셈이다.

그리고 시부야의 랜드마크인 개 하치의 이야기가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하치가 충성스러운 개의 표상으로 사람 받고 있으며 그 동상이 여기저기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박제까지 되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치의 이야기가 다른 나라의 비슷한 이야기들에 비해 오늘날의 유명세를 누리는 것은 일본 제국주의 시대에 많은 젊은이들을 충성으로 명분으로 죽음으로 몰아넣기 위하 일종의 마케팅이라는 것에 그런 대학살에 이용당한 개 하치가 한없이 가엾어 보였다.

대한민국은 요즘 단어 앞에 '개~"를 붙이지만 예전처럼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대단히라는 강조의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서양에서는 '개를 먹는 야만인'이라며 인신공격이 필요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소재이다.

하지만 개를 식용으로 먹는 것에 찬성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지만 대한민국의 전 국민이 개를 먹는 것도 아니고 앞서 읽은 서양의 개 학살 역사에 비하면 대한민국의 개고기 문화는 그들이 주제넘게 뭐라 할 것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요즘은 네눈박이 개를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유래가 있는 책도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무적이라고 생각했던 구미호를 물리칠 수 있다는 개가 있다는 것도 삼족구라는 다리 셋인 개라는 것도 신기했다.

밤늦은 시간 마당에서 혼자서 열심히 짖고 있는 우리 슬이를 보고 있자니 책에서 읽었던 개들의 역사가 생각났다.

비록 우리집 강아지가 눈이 네 개도 아니고 삼족구도 아니더라도 그 긴 개의 역사를 거쳐 지금 우리 가족 곁에 있는 슬이가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게 행복을 주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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