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 - 위기를 기적으로 만든 혼의 경영
송희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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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아이돌이나 아티스트들이 하는 돔 투어라는 콘서트 일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는 일본의 국민 아이돌 아라시라든가 킨키키즈 등등 일본에서 돔 투어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성공의 상징이다.

한국의 아이돌 중 일본에서 성공한 다수의 아이돌이 돔 투어를 했다고 하니 일본 내의 인기를 확인할 수 있다.

돔 투어는 도쿄돔, 샷포르돔 동 등 일본의 대도시에 있는 돔을 돌면서 콘서트를 하는 것으로 그중의 한 곳이 오사카의 교세라돔이다.

 

처음에는 왜 이 오사카 돔은 그냥 오사카돔이 아니고 교세라돔이라고 부르고 도대체 교세라가 뭐길래 했었다.

이 교세라 돔의 이름인 교세라를 지금의 위치의 대기업으로 성장시킨 사람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이나모리 가즈오, 현재 일본에 생존하고 있는 살아있는 경영의 신이다.

이 시리즈의 앞 타자인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와 함께 일본의 기업가들 중에 가장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한다.

 

'교세라' 라는 기업명과 언뜻 들었던 이나모리 스쿨의 존재가 이미지가 강해서 교육 관련 기업이라고 멋대로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스스로 기술자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우리에겐 사쓰마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가고시마의 빈곤한 가정에서 유일하게 대학을 나온 사이고 다카모리를 존경하는 청년이었다.

학벌로 인한 차별로 취업에 실패했고 차라리 그런 차별이 없는 야쿠자가 더 낫다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학력 차별은 시대나 나라를 불문하고 어쩔 수 없나 보다.

 

힘들게 들어간 회사는 그와 그의 팀원들의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했음에도 그에게 돌아오는 것은 질시의 눈빛뿐이었다고 하니 이런 멍청한 인간들도 학벌처럼 시대나 국가를 불문하고 존재하는가 보다.

하지만 이나모리 가즈오는 이 회사에서 자신을 믿고 함께 사업을 하며 지원해주는 상사를 만났고, 자신을 믿고 밤낮으로 같이 연구하던 동료들을 만났으며, 평생 자신의 곁에서 가정을 지켜주는 든든한 아내를 만났다.

 

그의 아내가 씨 없는 수박을 발명한 것으로 유명한 우장춘 박사였다는 것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하지만 그가 가족들을 일본에 두고 단신 부임했다는 것도, 자신의 가족들이 일본인으로 살기를 바랐다는 것도 알지 못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만든 대한민국 정부의 부름을 받고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지, 자신은 그 부름에 응했지만 자신의 자녀들은 일본인으로 살게 한 그의 마음속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과연 어떤 존재였는지에 대한 조금은 암울한 생각이 들었다.

 

도자기와 비슷한 재료를 사용한 반도체를 만들어 세계적인 기업인 IBM에 수주를 따고 기일에 늦지 않고 물건을 보냈지만 전 상품이 모두 불량으로 반품되는 위기를 맞이한다.

힘이 빠진 직원들을 독려하며 다시 기술 개발에 매진하여 새 제품을 개발해내고 그 제품은 무사히 IBM에 들어간다.

다른 회사들이 할 수 없다며 고개를 흔드는 일을 일단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신념으로 수주를 받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그가 성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자신이 뛰어난 기술력을 지닌 엔지니어였지만 그가 지금의 성공적인 인생을 완성시킨 것은 그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그를 지원해 주는 사람들을 만난 결과인 거 같다.

자신과 함께 회사를 나와 창업을 했던 팀원들과 그의 상사, 특히 이 상사의 인맥 덕분에 그는 자기 자본이라고는 거의 없는 상태에서도 창업을 할 수 있었다.

특히 교토의 기업인들의 특징이라는 신참자에 대한 후원제도는 왜 교토가 오래된 가게들이 많으며 성공한 기업가들이 많은지에 대한 설명이 되는 거 같았다.

 

교세라의 '교'가 교토의 '교'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왜 상징인 교세라돔은 본사가 있는 교토가 아닌 오사카에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 거 같다.

그가 성공한 기업가로 그 자리에서 만족했다면 그가 스티브 잡스나 마윈에 비해 특별할 것이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경영방법을 학문으로 발전시켰으며 도움이 필요한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에게 알려주고 했다.

 

특히 영토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문제들로 일본과 트러블이 많은 중국에서 그의 저서나 불티나게 팔리고 이나모리 스쿨이 있다고 하는 사실에 놀라웠다.

사원의 행복을 최우선 목표를 삼는 그의 원칙은 대한민국의 기업 총수들과 비교하는 부분에서 저자가 느끼는 아쉬움에 더욱 공감이 갔다.

일원을 아끼라는 원칙과 회사의 자산이 자신의 자산이 아니라는 공과 사의 확실한 분리 등은 대한민국의 재벌 총수들에게는 찾을 수 없는 모습이다.

 

자신이 힘들게 배웠고, 자신이 성공했던 방법이나 원칙을 누구나 원하는 이들에게 알려주는 대기업의 회장님, 그뿐만 아니라 그는 자신의 문하생들에게 개인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는다.

이나모리 스쿨의 문하생은 기업의 경영인에 극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그에게 배운 원칙을 지키며 성공을 이루었다.

 

미쓰시타 코노스케도 그렇지만 이나모리 가즈오도 자신의 가족들을 위한 사업을 따로 해서 관리하고 있다.

이런 부분 역시도 대한민국의 기업가들이나 재벌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특징이자 경영자들이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자신의 사재를 따로 관리하고 경영자의 권리를 주장하기 보다 의무를 먼저 생각하는 이런 경영자가 사장님을 둔 사원들은 정말 일하는 맛이 날 거 같다는 부러운 생각도 들었다.

 

그가 회사를 경영하면서 스스로 배우고 익힌 원칙들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책의 중간중간에 이나모리가 직원들에게 강조했던 교세라의 원칙들이며, 방식들은 훗날 적자가 시달리던 JAL도 살려낸다.

정치권과 상관없이 미국의 항공기가 아닌 유럽의 항공기를 구매할 수 있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정치권에 기대를 했지만 결국 변하지 않는 정치인과 관료들의 모습에 실망하는 모습은 상태가 더 심한 지금의 대한민국 관료들을 그가 본다면 뭐라 할지 상상이 되기도 한다.

 

교세라의 이나모리 가즈오~

사이토 타카모리를 동경했던 가고시마의 가난했던 엔지니어는 이제 일본을 넘어 적지라고 할 수 있는 중국 대륙에서까지 존경받는 경영의 신이 되었다.

모든 것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해서 성공했고, 개인 자산을 자신의 고향이나 교토의 대학에 거금을 기부하거나 장학제도를 만들었고, 그의 이름으로 수여되는 상은 노벨상 수여자들과 겹친다고 한다.

 

사원묘 부분에서는 다른 일본 기업의 이야기에서도 읽은 적이 있기에 그냥 그런가보다 했지만 이나모리 가즈오는 직접 출가를 해서 스님으로 생활하기도 했다고 하니 느낌이 남다르다.

단 한 명의 사업가이자 기업인이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이렇게 좋은 영향력을 떨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고, 세상 어떤 기업인도 그처럼 사랑받고 존경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까지 느꼈던 왜 오사카돔이 교세라돔이라 이름이 붙여졌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이 책을 읽고 이나모리 가즈오라는 사람을 알게 조금이나마 알게됨으로써 풀린 거 같다.

그는 그럴만한 자격이 있으며, 그런 대접을 받아 마땅한 경이로운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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