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스 로마신화 - 명화와 함께 가장 빠르고, 재미있고, 명확하게 알기
구예 지음, 정세경 옮김 / 도도(도서출판) / 2020년 5월

그리스 로마 신화는 사실 많이 읽어서 신들의 가계도며 주요 신들의 어지간한 에피소드 등은 줄줄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알고 있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 라는 이 키워드가 들어간 책만 보고 궁금해진다.

신화 자체의 스토리도 왠만큼 알고 있지만 그 신화를 주제로 한 명화들 또한 관련 책들 어지간히 읽어서 이 책에도 등장한 보티첼리나 루벤스 등의 작품들은 에피소드별로 그림이 떠오른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처럼 신들의 유명한 에피소드와 그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들에 대한 설명 정도나 읽을 수 있으리라 예상했었다.

첫 시작부터 지금까지 읽었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책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시 앞부분으로 돌아가 저자를 확인하니 중국인, 그것도 독특한 시각과 너무 편안해서 초반에는 익숙해지지 않는 어조가 저자의 특징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지금까지 중국인 작가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은 적이 없다.

에피소드며 신들에 대한 해석까지도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매니악한 부분이 있어 부분부분적으로 이 책은 지금까지 어린이들도 함께 봐도 무방했던 기존의 그리스 로마 신화와는 달리 나이 제한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성에 대한 부분들이 많았다.

지금까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너무 당연히 등장해서 간과했던 근친, 동성애, 불륜 등등을 저자는 대놓고 이야기한다.

제우스의 근친 관계며, 아폴론을 비롯한 미남신들의 동성애, 트로이 전쟁의 원인일 정도로 세계 제일의 미인 헬레네가 할머니라는 점도 사실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비너스 즉 아프로디테의 배꼽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많은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책들과 비너스를 그린 많은 그림들을 보면서 당시 미인의 기준이나 배경에 숨겨진 소품들에 대한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배꼽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프로메테우스와 제우스의 관계에 대해서도 생각지도 못한 새로운 사실들을 저자의 해석을 통해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이 책은 기존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해 어느 정도 정통한 사람들이 읽으면 더욱 재밌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적나라한 표현들이 있어 어린이나 초등학생이 읽기엔 부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의 그리스 로마 신화라고 하면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나 같은 수준이었지만 이 책은 그 수준과는 많이 다르니 학부모님들은 그저 제목만 보고 아이들이 읽는 책이라고 판단한다면 큰 곤란을 겪을 거 같지만 어른들이 읽기엔 신선한 부분들이 많아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으면서 간과했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