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작업실에서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 슈필라움의 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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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나는 저자의 이름에 책을 읽기도 전에 웃음이 난다.

또 얼마나 엉뚱한 이야기로 이 지난하고 무더운 여름의 시작을 잠시나마 웃게 해줄까 기대하면서 책을 펼친다.

전에 일본으로 그림을 배우러 간 이야기는 읽은 적이 있었다.

그 책에서도 여수에 화실을 마련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잠시 나왔던 적이 있었던 거 같았는데 저자는 또 한 번 꿈을 이룬 거 같다.

부럽다. 아니 멋지다.

자신이 배우고 싶은 것을 자신이 현재 가진 것들을 포기할 수 있고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그리고 그 용기를 현실로 바꿀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에 책을 읽는 내내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언제나 저자의 저서를 읽을 때면 처음에는 그저 편한 재밌는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이야기 중간중간 등장하는 학자적인 모습이나 독일에서의 아르바이트나 독일 통일의 비하인드 이야기처럼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해서 더욱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경제공부를 하면서 많이 봤었던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사실은 그렇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말이 아닌 '다보스포럼' 이라는 최고급 사교클럽을 만든 클라우스 슈바프라는 사람이 자신의 클럽이 창의적이지 않다는 비난에 급조한 개념일 뿐이라고 하니 조금은 허탈해지기도 했다.

'나쁜 것'이 분명해야 그것을 제거할 용기가 생긴다는 저자의 글에 좋은 삶을 만들기 위해 무엇이 중요한 것인지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었던 거 같다.

한때 잘 나갔던 저자의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중년 남성들이 겪는 심리적 문제들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고, 언젠가 다른 책에서도 등장했던 자신만의 공감의 중요성과 차에 대한 집착이며 왜 운전대만 잡으면 전혀 다른 인격의 사람이 등장하는지에 대해서도 심리학적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의 곳곳에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여수 바닷가의 아름다운 풍경들은 책을 읽는 중간중간 잠시 바닷바람을 씔 수 있는 여유를 주기도 하는 거 같아 좋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멋있는 장면은 사실 내게는 저자의 서재였다.

미역 창고 한 면을 가득 채운 2층으로 된 거대한 책장도, 그 거대한 책장을 채우고 있는 책들도 참 근사하다는 생각에 한동안 멍하니 사진을 보았다.

저자는 책장의 책은 앞으로 읽을 책이라고, 읽었던 책으로 꽂혀있는 나의 작은 책장을 보니 허탈해진다.

몇 년 전 이사를 하면서 가지고 있던 책들을 도서관에 기증하고 그 후로 읽은 책들이 꽂혀있는 지금의 책장과 공간과 심리의 관계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지금 내가 이렇게 작은 일에도 안절부절하는 것은 전보다 작아진 방 때문이라는 핑계도 대어본다.

책의 끝부분에 모든 고통은 불필요한 관계에서 나온다는 저자의 글에 공감이 간다.

저자처럼 섬에서 혼자 멋진 공간을 만들고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여건이 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저자 역시도 이런 선택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자신이 이미 가진 것들을 포기할 수 있는 그리고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냈고 실천했다.

그 멋진 결과물을 이 책을 통해서 만날 수 있었고, 오랜만에 읽는 저자의 글과 그림, 사진들을 보면서 잠시나마 답답한 현실을 잊을 수 있었던 거 같아 괘 즐거운 시간을 선물 받은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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