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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평점 :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라고 하고 제목도 독특해서 내용이 궁금했다.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해서 영화를 먼저 볼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소설을 먼저 읽는 것이 나을 거 같다는 생각에 일부러 내용을 알만한 것들은 피했다.
도서관에 확인하니 책은 이미 들어왔지만 예약까지 되어있어 나도 그 줄을 섰다.
한 달 정도 지나서야 내 순서가 돌아왔다는 문자를 받았다.
신간임에도 그간의 인기를 증명하듯이 책이 괘 낡은 모습이었다.
첫 시작은 소년이 우연히 발견한 잠이 든 신비로운 소녀와 그 소녀를 돌보던 아름다운 여인이 함께 있는 근사한 저택이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여인 가오루코~
그녀는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을 알게 되고, 한순간이라는 것을 알지만 두고두고 남편을 용서하지 못할 자신을 알기에 이혼을 하기로 한다.
이제 곧 장녀인 미즈호의 명문 초등학교 입학의 면접이 있어 서류상의 이혼은 미루었지만 부부는 별거에 들어갔다.
어린 아들 이쿠오도 있어 부부는 사이좋은 척을 하며 지내고 있다.
면접 당일 남편과 함께 학교 면접을 기다리던 중에 전화가 오고 딸이 사고를 당한 것을 알게 된다.
사촌과 수영장에 놀러 갔던 아이는 물에 빠져 의식이 불명이 된 채 병원의 수술실에 있다고 한다.
당시 함께 있던 아이들의 외할머니는 당시 상황을 묻는 딸의 질문에 횡설수설 대답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수술실에서 나온 의사는 부부에게 뇌사라는 청천벽력을 전하며 장기기증에 대해 묻는다.
아이의 죽음조차 받아들이지 못한 그녀에게 딸의 장기를 기증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 의사에게 그들은 어떤 반응도 할 수가 없다.
상냥하고 다정했던 아이~
아마 이 아이라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해서 다른 사람들을 살리고 싶어 할 거라는 생각에 장기기증에 동의할 생각이었지만 마지막이라며 잡은 딸의 손에서 부부는 작은 움직임을 감지하고 딸이 죽지 않았으니 뇌사 판정도 장기기증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
아이들의 아버지는 가즈마사는 의료형기기를 계발하는 회사를 2대째 운영 중이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는 기기를 계발하고 뇌와 기기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다.
아이들에 관한 것은 모두 아내에게 맡겼던 그는 아이들에 대해, 특히 미즈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울 입장이 아니다.
자신도 딸의 움직임을 느끼긴 했지만 그저 신경의 반사작용에 불과하다고 생각하지만 아내에게 그런 말을 할 수는 없다.
딸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가오루코는 딸의 연명치료를 지속하고,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 한다.
집에서의 간호를 위해 여러 가지 조치들을 배우지만 쉽지만은 않고 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자신의 엄마에게 손을 내민다.
가즈마사는 회사의 직원으로부터 삽입식 인공호흡장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가오루코와 이야기한 후 수술을 받게 한다.
식물인간의 호흡을 돕기 위해 개발된 기계이지만 부부는 미즈호에게 인공호흡기의 호수에서 아이를 자유롭게 해주고 싶다.
그 후로 보여주는 엄마 가오루코의 딸 미즈호에 대한 집착은 다른 가족들은 이해하는 척하지만 사실 이해할 수 없다.
이미 호흡조차 스스로 할 수 없는 미즈호를 기기의 힘으로 움직이게 하는 등 3년이나 그런 생활을 지속하게 되면서 이쿠오의 입학식에 미즈호를 데려가는 등 다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다.
결국 사건은 이쿠오의 생일에 일어난다.
이쿠오가 미즈호로 인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른 가족들이 자신과 미즈호에 대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미즈호의 새로운 선생님을 가장해서 한 아이의 심장 기증 모금운동에 참여하게 되고 어린이 장기 기증에 대한 안타까운 현실을 직접 마주하게 된다.
3년의 시간은 처음에는 가정에 무관심했던 아버지의 죄책감 어린 동조하에 모성애를 가장한 엄마 가오루코의 이기심으로 보이기도 했고, 다른 아이를 살릴 수도 있는데 하는 아쉬움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미즈호와 마지막 인사를 나눈 후의 가오루코의 모습은 그동안의 망설임은 보이지 않았다.
어쩌면 그녀에는 그 3년의 시간이 미즈호와의 이별여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조카의 고백에 의해 밝혀진 3년 전 사건의 진상도 알 수 있었다,
뇌사라는 진단과 장기 기증에 대한 이해할 수 없는 규정들도 해외 수술이 왜 엄청난 비용이 드는지도 알 수 있었다.
한 소녀에게 일어나 사고로 인해 가족의 죽음 특히 어린 자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엄마의 힘겨운 모습은 길고도 험했다.
책의 가장 첫 페이지에 등장했던 소년이 미즈호를 만난 장면은 그들의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물른 그들은 서로의 존재에 대해서도 자신들의 운명에 대해서도 영원히 모르겠지만 그렇기에 더욱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인 거 같았고 오랜만에 이 두꺼운 책을 빠른 시간에 읽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