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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자살되세요, 해피 뉴 이어
소피 드 빌누아지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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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기왕 하는 자살이면 행복한 자살을 하는 것도 참 괜찮겠다는 조금은 삐딱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서 이 소설의 주인공인 실비의 기분이 이해가 갔다.
병원에서 입원생활을 하며 고생을 하다가 돌아가신 아버지를 보며 그녀는 삶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인간은 죽는다.
40대 중반의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는 그녀는 그동안 아버지의 병간호를 해왔다.
온갖 호스와 주삿바늘로 연명치료를 받던 아버지의 몸을 보며 느꼈을 그녀의 감정을 나 역시 갑자기 쓰러지셔서 몇 달을 병원에 누워계셨던 외삼촌을 보면서 느꼈다
죽음의 순간만이라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고 조금은 평온한 모습으로 세상을 끝내고 싶다는 그 감정에 그래서 더욱 공감했었다.
하지만 소설은 의외의 방향으로 아니 의외라기보다는 죽음을 결심한 여자가 어느 날 겪게 된 일로 인해 삶의 희망을 얻게 된다는 해피엔딩의 스토리~ 상투적인 이야기로 끝을 맺어 조금은 허망해진다.
심리치료사를 만나 상담을 받으면서 자신이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일들을 하나씩 해보라는 조언에 알지도 못하는 남자와의 잠자리, 도둑질 등을 하면서 지금까지의 자신이 알지 못했던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주인공은 데이트를 가던 중 우연히 거리의 노숙자의 죽음을 지켜보게 된다.
아무도 지켜주지 않는 그녀의 죽음이 마치 곧 닥칠 자신의 죽음의 순간을 보는 거 같아 그녀에게 손을 내밀고 실비의 품 안에서 그녀는 숨을 거둔다.
그녀의 죽음을 보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12.25일에 자살하기 결심했던 자신과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변한 지금의 자신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새롭게 생긴 연인과 이제는 친구가 된 매력적인 자신의 전 심리치료 상담사의 마음속 숨겨진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는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둔 이름도 알지 못하는 노숙자의 장례를 치러주기로 하고 그녀에게 마지막 옷을 선물하기도 한다.
자신처럼 무기력한 삶을 살고 있던 친구와 함께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그녀로 하여금 노숙자의 장례를 통해 지난날의 자신들을 같이 장례 치르며 희망적인 앞날을 맞이하게 된다.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까지는 아니지만 예쁜 동화 속 이야기 같은 결말에 솔직히 허탈했고 당황했지만 이런 해피해피한 결말도 소설이니까 가능한 것이니 괜찮은 거 같기도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