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폐의 세계사
셰저칭 지음, 김경숙 옮김 / 마음서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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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읽었던 여권에 대한 책도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지폐만큼 그 나라의 정치 상황이나 문화,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지표도 드물 거 같다.

지금은 조금은 당연하게 사용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종대왕보다 신사임당이 더 고액권의 모델인건지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이 책에서도 느껴지지만 고액권으로 갈수록 그 나라에서의 그 인물의 위상이 높은 거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스페인의 지폐를 보면서는 정치인이나 국가의 위정자가 아닌 고야의 그림이 지폐에 있는 것을 보니 문득 대한민국의 지폐도 김홍도 "씨름" 이나 신윤복의 그림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저자처럼 고야의 그림에서 느껴지는 풍속적인 느낌은 그저 아름답기만 한 그림이 아니라 일상을 살았던 스페인 사람들의 일상을 조금은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낸 거 같다는 생각에 누구나 항상 사용하는 지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소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던 거 같다.

르완다의 지폐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르완다의 근현대사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고, 그저 남의 나라의 참사 정도로만 생각했던 '르완다 대학살'이 일어났던 근본적인 이유도 알 수 있었고, 그 끔찍한 대학살의 원인이 된 것인 르완다 국내의 문제가 아닌 부룬디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이 분쟁의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나 서양의 제국주의에 희생된 아프리카 국민들의 비극이라는 점은 그리고 이 역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씁쓸해진다.

하지만 두 부족의 평화를 위해 노력했던 두 사람 모두 암살당했지만 지폐에서 다시 만난 그들을 보니 지급부터는 조금은 나은 역사가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브 생로랑' 당연히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했던 이 명품 브랜드의 주인이 네덜란드라는 것도 처음 알았고, 사람의 이름이라는 것도 처음 안거 같다.

지폐에 여자친구가 기르던 토끼를 넣었다는 디자이너 옥세나아르도 그렇지만 이 디자인을 인정해준 네덜란드라는 국가가 가진 자유로움도 부러웠던 거 같다.

나는 특히 해바라기가 가득한 고흐의 그림이 있는 예전의 네덜란드 지폐를 보니 꼭 갖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파뉴아 뉴기니의 지폐에도 등장하는 '극락조' 왠지 봉황이나 기린처럼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거 같은 이름의 이 독특한 이름의 새의 이름은 '다리가 없다'라는 그리스어라고 하고 남반구에 '극락조 자리'라는 별자리도 있다고 하니 더욱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거 같다.

'겐지노모노가타리' 가 사용된 일본의 지폐를 보면서는 몇 번인가 읽으려다가 포기했던 도서관에 일렬로 나란히 꽂혀있던 책들이 생각나기도 했다.

한 나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지폐 모델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그 인물이 지닌 위상이 대단하다는 것일 것이다.

콜럼버스가 등장하는 스페인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의 지폐를 보면 그의 발견이 세계사적으로 얼마나 큰 의미가 지닌 것인지 생각하게 되지만 반면에 그 발견(?)으로 인해 끔찍한 종말을 맞이했던 많은 나라의 역사를 생각하면 역사가 지닌 양면성을 더욱 선명하게 떠올리게 하는 거 같다.

페로크로나 라는 이름도 낯선 나라의 지폐는 평화로운 바다의 모습이 있어서 지폐를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거 같았다.

예멘이라는 나라에 대한 묘한 이야기들은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것도 ㅋㅋ 특히 사막의 맨해튼으로 불리우는 천년고도 시밥의 전경은 정말 외계인이 만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미얀마와 조지 오웰의 인연은 조금은 무서운 예언 같다는 생각에 예전에 읽었던 동물농장의 내용이 더 이상 소설 같지 않았다.

독일 부분에서는 나치당의 등장하고 아리아인들이 왜 그렇게 유대인을 특히 유대인 은행가를 싫어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 알 수 있었고, 세계 4대 문명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포도와 사과가 풍요롭고 성대한 생활을 의미한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유럽의 지붕인 '알프스'가 라틴어로 단순하게 '산'이라는 의미이고, 드라큘라의 배경으로만 알고 있는 트란실바니아가 '숲 너머의 땅' 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지금은 스페인의 옆에 붙은 작은 나라라고만 생각했던 포르투갈이 대항해 시대에 활약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역사상 최초로 다른 나라를 식민지로 삼은 나라라는 것은 의외였다.

자신이 모시는 황제의 명으로 몇 차례의 대항해에 나섰던 명나라의 환관이었던 정화와 대항해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바스크 다 가마도 모잠비크를 방문했다고 하니 신기했다.

독일의 화폐에 등장하는 뒤러의 초상화를 비롯한 작품들은 독일이라는 나라에서의 화가 뒤러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던 거 같다

이 책에 실린 다양한 나라의 지폐에 대한 역사 이야기를 읽고, 지폐의 모델, 배경을 직접 찾아서 보고 느낀 저자의 이야기는 흥미진진하다 못해 부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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