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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하는 세계사 - 12개 나라 여권이 포착한 결정적 순간들
이청훈 지음 / 웨일북 / 2019년 1월
평점 :
어제 우연히 본 '응답하다 1988'에서 라미란이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가는 모습이 그려졌다.
요즘은 누구나 그리 어렵지 않게 해외여행을 떠나지만 불과 30년 전만 해도 해외여행은 부자들이나 갈 수 있는 것이었다.
해외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이 여권을 발급받는 것일 것이다.
여권은 '국가의 정부가 발행하는 공식 문서나 증명서로서, 여행자가 외국에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고, 본국으로 귀환할 권리가 있는 시민권자 또는 국민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저 공문서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던 여권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것은 사실 별로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라 더욱 신선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여권 하면 겉에 있는 나라 이름 정도와 개인신상만 확인하면 그만이지 무슨 이렇게 요란하게 디자인을 하고 신경을 써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외국인이 가장 먼저 보는 자국의 공인 문서라고 생각하면 이렇게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해가 갔다.
여권의 속지 한 장 한 장에 그 나라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것들을 담고, 역사적인 사건이나 중요한 인물들을 담아냄으로써 자국민이 외국에서 자국에 대한 애국심과 자존심을 나타낼 수도 있다고 생각되었다.
지금은 여권이 국제규격의 수첩형식이지만 그 종류도 다양하고, 국가가 아닌 국제기구가 발행하는 여권도 있고, 기계식과 플라스틱형 여권도 있다고 하니 신기하다.
과일 키위가 뉴질랜드의 새인 키위새를 닮아서 이름이 키위가 되었다고 하니 웃음이 나왔다.
러시아 국가 문장인 쌍두 독수리의 기원은 비잔틴 제국을 승계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유럽과 아시아에 동시에 속하는 이중성을 나타내기도 한다고 한다.
일본 도자기를 싼 종이를 우연히 본 유럽인들이 열광하게 된 일본의 회화 우키요에~ 특히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에 영향을 준 호쿠사이의 '카나가와 앞 큰 파도'는 가장 유명한 그림일 것이다.
만리장성 건설에 등장하는 맹강녀 설화는 민초들의 비참한 일상이 설화가 되었다고 생각되며 이와 비슷한 설화들이 많은 나라에 있다는 것 또한 가슴 아픈 일이다.
특히 고대의 뛰어난 건축물로만 생각했던 만리장성의 또 다른 이름이 '세상에서 가장 긴 공동묘지"라는 것은 이제 만리장성이 그저 위대한 인류의 건축물로만은 보이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가장 많은 나라가 이탈리아라는 것은 알았지만 2위가 한 개 차이인 53개인 중국인 것은 의외였다.
지금도 여전히 영향력이 괘 크지만 영국은 우표, 우체통, 지하철, 이층버스를 최초로 만들어 낸 나라라는 것도 여권을 통해서 알 수 있었다.
프랑스의 마리안은 프랑스를 상징하는 수많은 작품들의 모델이 되었으며,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도 마리안이 모델이었다고 하고 유명 여배우들이 마리안으로 뽑히기도 하니 그녀에 대한 프랑스인의 사랑은 여전한 거 같다.
독일 편에서 인상적인 것은 '과자작전'이었다.
하늘에서 내리는 수많은 과자들로 미국은 독일의 어린이들의 마음뿐만 아니라 어른들의 마음까지도 감동시켰으니 이보다 더 성공적인 외교 작전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스의 여권은 그리스 역사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상 가장 유능한 정치가인 '페리클레스'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한 거 같다.
아마 지금의 그리스가 처한 답답한 정국을 생각하며 그들의 이 그리움의 이유를 잘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지금의 대한민국에도 페리클레스 같은 유능한 정치인이 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하는 수 없는 거 같다.
한때 한국인들이 많이 가던 태국은 정식 국호가 '타이 왕국'이며 타이의 의미가 자유라고 한다.
그리스에서 페리클레스가 있다면 인도는 아소카 왕이 있다.
전기에는 정복자로 수많은 전쟁을 통해서 영토를 넓히던 아소카왕은 평화의 군주로 변모했고, 인도의 국기 중앙에 있는 무늬는 아소카왕의 수레바퀴라는 의미 '아소카 차크라'라고 하니 인도인들이 생각하는 아소카 왕의 위상을 알 수 있었다.
여권에 담겨있는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각각의 나라들이 무엇을 중시하고 미래의 어떤 모습을 지향하는지도 재밌게 알 수 있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