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클래식한 사람 - 오래된 음악으로 오늘을 위로하는
김드리 지음 / 웨일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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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글에서 라디오헤드의 노래나 대중가요를 듣고 제목을 말하면 그냥 그러려니 하지만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을 듣고 제목을 말하면 "오오`~~' 하는 반응과 묘한 눈빛을 받게 된다고 했다.

나 역시도 이런 경험이 있다.

내 경우는 라흐마니노프는 아니었고 이 책에서도 등장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 이었다.

친구와 친구의 지인과 함께 있던 차 안에서 이 음악이 흘러나왔고 평소에도 좋아하는 곡이라 바로 작곡가와 곡 제목을 말했더니 앞서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었다.


'음악의 어머니' 라고 불리던 헨델의 초상화를 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헨델이 여자인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음악의 ~ "라는 것은 일본인들이 붙였다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가정적이고 근면 성실했으며 자신의 고국에서 아니 고향마을에서 멀리 떠난 적이 없으며 두 번의 결혼으로 많은 아이들을 부양하느라 등골이 휘게 일했던 바흐와는 달리 헨델은 독신으로 자신의 조국 독일을 떠난 영국에서 대성한 작곡가이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대로 아마 음악가로서는 최초의 코스모폴리탄인 셈이다.

흔히들 찬송가의 하나로 알고 있는 "할렐루야" 는 헨델의 오페라 "메시아"에 나오는 아리아 중 한 곡이지만 그 곡만이 너무나 유명해져서 따로 연주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결혼식 음악으로 사용되고 있는 클래식 중에 가장 유명한 두 곡이 바로 멘델스존의 "한여름방의 꿈" 에 나오는 곡과 바로 이 바그너의 오페라 "로엠그린"에 나오는 곡이다. 하지만 모두가 행복해지는 멘델스존의 곡과는 달리 바그너의 오페라에서 이 결혼행진곡에 맞춰 결혼식을 올린 신부는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주고 결혼한 남편을 믿지 못하고 그에게 이름을 묻게 되고, 결과 남편인 기사 로엠그린은 떠나고 남은 여인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하지만 과연 결혼식에서 이 곡으로 신부 입장을 하는 사람 중에 몇 명이나 이 내용을 알고 사용하는 것일까~

만일 알고 있다면 아무리 아름답고 유명한 음악이라도 해도 이런 불길한 의미를 지닌 곡을 새로운 인생의 첫날에 듣고 싶지는 않을 거 같다.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왕벌의 비행" 이름도 어려운 이 작곡가의 곡을 처음 들었던 것은 자주 듣던 클래식 음악 프로에서였다.

여전히 발음도 하기 어려운 작곡가이지만 곡은 이제 괘 들어서 들으면 곡명을 말할 수 있을 정도는 되었지만 이 곡에 오페라의 일부분이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또한 그저 벌들의 날갯짓을 묘사한 재밌는 곡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벌들에게 쏘여서 죽어가는 백조를 발견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곡이라고 하니 다음부터는 "벌들의 비행" 곡을 듣게 될 때마다 "벌들에게 고통받아 죽어가는 하얀 새"가 떠오를 거 같아 조금은 끔찍해진다.


미스터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는 "글루미 선데이" 의 저주며 "랩소디 인 블루"의 작곡가 거슈인이 혼자가 아닌 형제가 함께 음악적 성공을 이뤄냈다는 이야기는 고흐 형제의 불행한 삶이 겹쳐져 보이기도 했다.

클래식뿐만이니라 다양한 음악들에 숨은 이야기를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짧은 이야기 안에 강한 여운이 남긴 이야기도 있고, 또 그저 편하게 이런 일도 있었구나 하면서 웃고 지나칠 수 있는 이야기들도 있다.

이 책에 실려있는 음악들이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낯선 곡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면 찾아서 듣고 확인도 하며, 또 이미 알고 있던 곡들도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니 작곡가의 의도에 좀 더 다가가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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