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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평점 :
품절

오랜만에 다시 읽는 기시미 이치로의 저서이다.
몇 년 전인가 몇 주 내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던 '미움받을 용기'가 도대체 어떤 책이기에 그리고 그 책에서 말하는 아들러 심리학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궁금했다.
몇 주를 기다려서 이 책을 읽었고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들을 생각할 수 있었고 한편으로는 충격도 조금 받았던 거 같다.
그렇게 기시미 이치로의 '~용기" 시리즈를 몇 권인가 읽었다.
이 '마흔에게'는 아주 오랜만에, 아니 오랜 기다림 끝에 다시 만난 기시미 이치로 식의 위로이자 조언이었던 거 같다.
몇 년 전에 읽었던 '늙어갈 용기"에서 비슷한 부분을 읽은 기억도 나지만 이 책 '마흔에게'의 주요한 내용은 지금의 내가 처한 환경과 왠지 모르게 비슷한 것들이 많아서 그저 책으로만 읽히지는 않았던 거 같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에서 얻었던 것들이나 생각들을 많이 이야기해주고 있어, 어쩌면 다른 책들보다 더 그의 이야기에 더욱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시미 이치로와 자신의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부분에서 조금은 울컥하기도 했다.
"치매" 라는 말이 비하적인 표현이라는 것도 그래서 "인지증"이라고 명명하는 것도 처음 안 것은 아니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저자와 인지증에 걸린 저자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기에, 저자처럼 할 수 없는 누군가에게는 가슴 아프고, 조금은 열등감마저 느끼게 하는 부분이었다.
'인간으로서의 가치' 를 말하는 부분에서는 간병을 하는 이와 그 간병을 받는 이의 관계를 읽으면서 나 역시도 존재의 가치를 "생산성"으로만 본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던 거 같다.
저자의 어머니를 떠나보낼 때의 이야기는 지금도 누군가를 간병하면서 힘들어하는 누군가에게 힘을 줄 수 있을 거 같았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무슨 일을 한다면 그 일을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자격을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넘겨주는 것이다.
나이 든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에서는 기시미 이치로의 조언을 꼭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를 잊는다는 것은 무언가를 잃는 것이 아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며 그 기회는 살아있는 동안 내내 존재하는 것이다.
"마흔에게" 는 중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었을, 또 겪을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 일들을 겪는 것은 같지만 그 시간들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뒤따라오는 편안과 후회로 결말이 바뀌는 거 같다.
누군가의 죽음을 지켜보는 것을 시작하는 가장 일반적인 나이대이기도 하며, 자녀가 더 이상 자녀로서가 아닌 부모님의 보호자로서의 역활을 시작하는 나이대이기도 하다.
심근경색이라는 죽을 고비를 넘긴 저자의 이야기와 죽음 앞에서 아들이 읽어주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들으며 잠든 그의 어머니 그리고 마지막 순간이 오기 전에 아들에게 "고맙다" 인사를 할 수 있었던 그의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읽고 난 뒤에도 왠지 모르게 '이렇게만 살 수 있다면~" 하는 생각과 묘한 여운이 남았다.
오랜만에 읽는 기시미 이치로는 여전히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었던 거 같고, 사람 특히 가까운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생각할 수 있었던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