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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 원작 ㅣ 에프 클래식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8년 6월
평점 :
괘 오래전에 우연히 티브이에서 꿀단지 안고 다니던 녹색의 티셔츠를 입은 곰을 보게 되었다.
느릿한 행동과 말투~ 모든 여유로워 보이던 그 곰과 그 곰의 친구들 돼지와 토끼, 말 그리고 중재자+해결사 역할을 하던 크리스토퍼 로빈이라고 불리는 금발머리 소년이 있었다.
아마도 내가 본 애니메이션은 책의 뒤편의 옮긴이 글에서 등장하는 월트디즈니에서 만든 장편 만화영화의 일부분이었을 것이다.
이야기의 저자는 실제로 이야기 속에도 등장하는 소년 크리스토퍼 로빈의 아비지라고 한다.
아이의 잠자리에서 아버지가 아이에게 들려주기 위해 지어낸 이야기가 바로 이 곰돌이 푸라고 한다.
작은 숲속에 사는 동물 친구들을 아들에게 만들어 준 셈이다.
어른들의 시선에서 본다면 이 동물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는 것이 이게 뭔가~ 싶을 정도의 싱겁고 어이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처음 이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도 조금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었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이기에 편안함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자장가처럼 사랑하는 어린 아들이 꿈속에서 푸와 피글렛, 이요르, 토끼와 그 친척들을 만나 평화로운 숲속에서 즐겁게 놀기를 바라던 아버지가 지은 이야기니 굉장한 사건이나 사고 같은 것이 있을리가 없다.
푸와 친구들이 겪는 사소하고, 소중한 시간들을 어린 아들에게 같이 공유하게 해주고 싶었고 이야기를 지어낸 것으로는 부족해 아들을 직접 그 이야기 속 등장인물 중 하나로 넣어준 것이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조금은 어설프고 너무 심심해서 결말은 더욱 허탈하다.
하지만 그들에겐 그 사건 하나하나가 굉장히 심각한 문제였고, 그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누군가가 해결책을 제시하면, 그 해결책을 낸 누군가를 대단한 일을 한 것처럼 칭찬한다. ^^
문득 이 이야기를 자장가로 들었다는 그 꼬마 크리스토퍼 로빈이 부러워져 중간 부분부터는 일부러 나도 잠자기 전에 읽었다.
나는 꿈속에서 푸와 그 친구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저자의 아들은 아버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꿈으로 꾸었기를 바라본다
푸의 에피소드 중에 크리스토퍼 로빈이 말한 '헤팔룸푸' 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면서 서로 아는 척을 하는 장면은 무엇이든 아는 척을 하는 누군가를 생각나게 했고, 새롭게 숲에 살게 된 캥거와 루의 이야기가 등장하는 에피소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집단 따돌림을 생각나게 한다. 우리 사회도 푸와 친구들처럼 자신들의 눈앞에 나타난 새로운 등장인물을 평화롭게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에는 그저 책으로는 한 번도 읽은 적이 없는 곰돌이 푸의 원작은 어떤 이야기일까 궁금해서 읽어나갔지만, 에피소드 중 몇몇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심오한 이야기도 있어서 아이와 함께 어른들도 읽어보는 것이 좋을 거 같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책에 푸와 등장인물의 그림이 삽화로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좀더 근사한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