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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한 사람들의 멍청한 짓 - 최악의 의사결정을 반복하는 한국의 관료들
최동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평점 :
품절
아마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가끔 뉴스를 보면 왜 어려운 시험까지 통과한 똑똑한 사람들이 저런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일까~ 하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고위 공무원이나 정치인들의 행동에 대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저자는 이 똑똑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하는지 왜 유독 대한민국의 관료들이 그런거인지 그 이유를 이 책에서 밝히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은 개개인은 절대로 멍청하지 않지만 그들이 속한 조직에서 그들은 멍청해질 수밖에 없는 체제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나라에서 유난히 똑똑하다는 것, 즉 남들보다 잘났다는 것은 선망보다는 질투와 시기의 대상이 되고 결국은 모난 돌로 조직에서 쫓겨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실일 것이다
이 책에서 예로 든 세월호 사건은 알면 알수록 어이없는 일 투성이다
그 당시 해경 중 정신이 제대로 박힌 간부급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그 아이들은 그렇게 되지도 않는 민간업체의 수익을 위한 시신이 아닌 살아있는 아이들로 구해졌을 것이라는 사실이 더욱 안타깝게 다가온다
그뿐만이 아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찾은 고위공직자들의 어이없는 행동들은 그들이 정말 사람인가 싶은 정도로 말문이 막힌다
"라면에 계란을 넣은 것도 아닌데~" 라는 서남수 교육부 장관의 이야기는 정말 미친~ 이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이건 멍청한 짓이 아니라 미친 짓이라 말해야 할 거 같다
저자가 미술관에서 봤다는 개념 없는 젊은 부부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길가의 돌보다 더 흔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 역시도 우리 사회에 대한 저자의 어두운 예상에 동의한다
벌금을 과태료로 바꾼 것 또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꾼 나쁜 결정 중 하나라는 저의 의견이 옳은 거 같다
잘못된 가치관으로 형성된 부패한 사회에서 과연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것이며 그 추세에 적당히 맞춰서 사는 것이 가치 있는 삶일까 생각하게 한다
우리 사회의 조직들은 이제 조직 자체가 목적이 되어 인간을 수단으로 파악하고 있으니, 조직의 목적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것이라는 기본적인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거 같다
"사정은 이해하지만 규정 때문에 안됩니다" 아마 대한민국의 공무원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편하게 내뱉는 핑계이자 이유가 아닐까~
문득 지금 이 땅을 밟고 사는 힘없는 사람들은 도대체 생전에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나라에 태어나서 고통받으며 살고 있을까~ ㅠ,ㅠ
하는 서글프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몇 가지 제도적 장치들을 말하지만 과연 이런 것들을 그들이 받아들이려 할까 하는 의구심이 먼저 들었다
지금 힘을 가진 그들에게 굳이 이런 제도적 장치들은 그저 번거로운 것들이라 생각된다
일본식 품의제도는 대한민국에서는 책임과 권한을 얼버무리는 수단으로 변질되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과 경험이 현재와 미래에도 그대로 통하리라 생각하는 인간은 경험의 노예라는 것도 비합리적 결정을 하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라고 한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과거의 성공으로부터 얻은 기득권을 얻어 지금 권력을 누리고 있는 사람들이 그 기득권을 포기할 수없기 때문이라는 정의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권위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체제장애 중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장애로 인해 이 나라는 많은 재난을 겪었지만 여전히 그대로이다
병든 조직 문화가 인격장애, 구조장애, 체제장애를 일으키며 악순환을 하고 있는 것이 지금 이 나라의 현실인 거 같다
위로 올라갈수록 권한은 커지고 책임은 줄어든다는 말에 처음엔 의아했지만 이 의아함이 통용되는 사회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은 누구나 수긍할 것이다
품의 제도에 대한 정의와 비판도 잘 알 수 있었다
스티븐 호킹이 대한민국에 태어났다면~ 하는 저자의 예상에 문득 그가 이런 분위기의 사회에서 위대한 과학자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생활이나 할 수 있었을까~ 그가 영국에서 태어난 것은 그 개인으로서도, 인류 전체로서도 정말 다행인 일인 셈이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설봉호의 이야기는 세월호와는 너무나 반대적이라 더욱 마음을 답답하게 하는 거 같다
그 당시 윗분들의 멍청한 짓거리만 아니었다면 세월호 승객들도 이 설봉호의 승객들처럼 모두 구조되어 오늘의 무더위를 함께 걱정하며 이 여름날을 보내고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다시 먹먹해져 온다
[이 글은 해당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