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소아 - 리스본에서 만난 복수의 화신 클래식 클라우드 4
김한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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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난도 페소아~

내게 페소아는 솔직히 그저 이름이나 어디선가 겨우 들어본 낯설기 그지없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페소아는 나에게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고 제목조차 들어본 적 없는 그의 책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게 만든 사람이 되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그의 작품들은 내가 좋아하는 시인 네루다나 랭보와 왠지 비슷한 듯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이 난다


이제는 페소아 하면 "이명 異名" 가장 먼저 떠오를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김소월이나 이상처럼 시인이나 작가들이 본명과 다른 이름으로 시나 작품을 발표하는 일은 그리 흔치 않은 일이 아니지만 페소아의 이명은 한두 명이 아니며 그들은 아무런 연관성도 없는 배경과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각각의 인격을 지닌 이름들이라는 점에서 정말이지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사람인 셈이다

언젠가 리스본을 여행하는 프로에서 본 듯한 의자에 앉은 동상이 바로 이 페소아였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생각해보면 그가 여러 개의 인격까지 다른 이명들을 사용한 건 스스로 어느 한 사상이나 이데올로기에 집착하지 않고 다양한 작품을 남기고 싶었기도 그렇기도 했을 것이고, 반면에 자신에게 여러 가지 생각들을 좀 더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한 장치였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연인 오펠리아와 이별할 떄도 그는 페소아가 아닌 다른 인물로 이별을 통고한다

보통 사람이 이런 행동을 했다면 미친~~ 취급을 받았지만 그이기에 이것도 용서가 되었고 결과적으로 그가 죽을 때까지 오필리어와의 인연을 이어진다


그의 이명들이 그에게 없었던 문학의 수준이 되는 친구들이었기에 그는 사인까지도 따로 만들어서 그 이명들에 각각의 다른 인격을 부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사용했던 이명들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나중에 그가 쓴 글이 다른 이름으로 발견된 적도 있다고 하며, 여전히 어딘가에 그럴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페소아와는 상관이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브라질이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로부터 무혈 독립을 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자신이 이명들을 사용하는 것이 병적인 증상인지 아닌지 진지한 자세로 걱정을 했다는 점은 조금은 의외였다

고독했던 그의 인생에 유일하게 마음을 준 친구는 그에게 편지를 보냈고 그 편지를 받은 날에 자살을 했다고 하니 그의 고독이 더욱 깊어진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그의 시들을 읽는 것 또한 이 책을 읽는 기쁨 중 하나인 거 같다

"천재의 본질은 환경에의 부작용이다"

생각해보니 세기의 천재라고 불리는 인물들 대부분은 생존 당시에 기인이라고 취급받은 경우가 많으니 이 말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거 같다.


그의 사후에나 발견되었다는 그의 작품들이 가득했다는 트렁크~  

그를 지금의 이 자리에 올려준 그의 작품의 대부분이 이 트렁크 안에서 발견된 글들을 묶어서 낸 책이라고 하며 여전히 트렁크 안에서 발견된 문서들은 연구 중이라고 한다

예전에 랭보를 보고 기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페소아라는 인물에 비하면 랭보는 평범한 인물이었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자신의 이름 "페소아" 가 포르투갈 사람이라는 뜻이며 "페르소나" 또한 여기서 기원한 단어라는 글을 읽으면서 그의 삶이 그의 운명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가 죽기 하루 전에 영어론 쓴 문장은 " 나는 내일이 무엇을 가져다줄지 모른다" 였다고 한다

그에게 이 문장은 긍정적 의미였을지,  부정적 의미였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포루투갈어 있다는 "창문하다" 라는 동사에 대한 글을 읽다가 페소아가 한 행동들이 이 "창문하다"의 또 다른 표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몸은 방안에 있지만 머리와 시선은 밖을 향해 보며 사색에 잠기기도 하는 행동들을 생각하며 페소아와 잘 어울리는 거 같다


페소아에 대해 처음으로 제대로 된 소개를 받은 거 같은 책이었다

포루투갈이나 리스본 여행기를 보다 보면 꼭 등장하는 이름이었지만 볼 때마다 그냥 "누군데 이렇게 거론되나~" 정도로만 넘겼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작품들을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의 시들을 읽고 나면 또 다른 그를 만날 수 있을 거 같아진다

랭보와 네루다에 이어 좋아하는 시인들이 또 한 명 늘어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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