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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몸 교과서 - 내 몸을 알고 싶은 모든 십 대 여성에게
윤정원.김민지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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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고 솔직한 성교육지침서. 내가 자랄 때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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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계단 - 나를 흔들어 키운 불편한 지식들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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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님에게 보내는 팬레터


나라는 의식이 닫혀있는 완결된 세계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욕조 안에서 충분히 바다를 경험하는 꼬맹이처럼 나라는 존재는 언제나 안전한 울타리이자 안식처, 유일하게 자유로운 공간이었고 최고의 대화 상대였어요. 살면서 낯섦에 마주할 때 마다 조금씩 나의 세계는 넓어져 갔습니다. 예전에는 이해되지 않던 것들이 자연스럽게 이해되며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경험은 산다는 일에 조금씩 자신감을 심어주었고요. 즐겁고 안온한 자폐의 나날들이라 할까요.


그러다가 자꾸 나를 두드리는 목소리를 만나게 되었어요.


봐봐요, 이거 흥미롭지 않아요?

이런 생각 어때요?

이걸 이런식으로 본 적 있어요?

진짜, 완전 대단한 거 알려줄게요.


..한 번 들어봐봐요.

당신은 어떻게 생각해요?


이전까지의 세계는 내 시야 안에 들어온 만큼, 내가 용기낼 수 있는 만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만큼만 그 모습을 드러내었어요. 그런데 나에게 말 걸어오는 목소리는 너무나 거대하고 통합적인 세계가 있다고, 눈을 뜨고 보라고 자꾸 나를 깨우네요. 어서 삶을 여행하라고, 이 놀랍고 신비한 것들을 보라고, 불편함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용기있게 길을 나서라고 손을 잡아주네요. 놀랍고 기뻤어요. 달빛에 의지에 밤길을 걷다가 등불 가진 이가 동행하자고 청해주는 느낌. 불을 나누어 주는 느낌. 당신은 당신의 목소리가 어떤 식으로 타인에게 가 닿는지 상상할 수 있을까요.

당신의 질문과 탐구를 드러내어 기꺼이 보여주는 그 용기에 감탄해요.


 인기작가라는 권위로 독자를 짓누르지 않고, 애매모호한 은유와 상징의 커튼 뒤에 숨는 대신 온 몸으로 당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 고마워요. 당신의 목소리가 나에게 와 닿았던 건 발신자를 숨기지 않는 사람 대 사람의 소통이었기 때문이예요. 당신의 목소리와 문장들에 드리워진 삶의 고통과 기쁨을 사랑합니다.


당신을 통해 일상 너머를 여행하는 여행자로서의 여정을 시작했고, 살면서 마주하는 이들에게 조금 더 친절해지려고 해요. 우리는 과연 경계를 넘어설 수 있을까요. 혹시 그렇게 된다면 꼭 소식 나눌 수 있다면 좋겠네요. 그 여정 사이에 잠시 동행하고 차 한잔 나눌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고요.


독자의 질문에 제대로 눈을 마주치고 미처 언어로 표현되지 못한 그 너머를 읽어내는 당신을 아낍니다.

꿈 속에서 몹시도 마음을 쓰다 깨어나 마음이 먹먹한 채로 한참을 마음을 다스리는 당신을 아낍니다.

작가는 자신의 슬픔을 팔아 먹고 산다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짓는 당신을 아낍니다.

오늘도 자신의 자리에 앉아 일에 몰두하고 있을, 그 치열한 등을 아끼고 아낍니다.


조용히 발신하는 신호가 끊기지 않길. 어떤 형태로든 당신의 신호에 응답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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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원의 명탐정 몽구리 - 2021 아침독서신문 선정도서, 2020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 바람어린이책 10
양자현 지음, 손지희 그림 / 천개의바람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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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물을 좋아하는 7살 10살 오누이에게 읽어주었습니다. 요즘 도서관에가서 늘 엉*이 탐정 신간을 찾고 편승해서 나오는 광고와 놀잇감에 매번 현혹되는 우리집 꼬맹이들에게 권해줄만한 좋은 국내 작가 작품 찾고 있었는데요. 너무 어렵지 않으면서 아기자기한 몽구리 이야기가 너무 매력적이네요. 한 챕터가 길지 않아 조금씩 나누어 읽어주었는데 다음장 읽어달라고 어찌나 조르던지. 자기 전에 읽어주면 읽어주기가 끝나도 잠들기 전까지 종알종알 자기들끼리 범인을 추리하는데 엄청 귀여웠어요. 심바코피 마을의 이웃들 사정을 여러 시각에서 볼수 있도록 평면적이지 않은 보조 인물들도 매력 만점이었구요, 삽화도 무척 잘 그려져서 이 책 한 권에만 쓰이기에는 아까운 그림이었답니다. 2권, 3권 계속 나왔으면 좋겠어요. 최근 1,2년 사이에 국내 작가들의 탐정, 모험 이야기들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 같아 반가웠는데 그런 중.고학년용 시리즈물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 징검다리로 탐정물의 매력에 푹 빠질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완전 강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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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음이와 여우 할머니 - 2021 읽어주기좋은책 선정도서, 2020 5월 학교도서관저널 추천도서, 2020 문학나눔 선정도서, 2020 한국학교사서협회 추천도서 학교종이 땡땡땡 11
윤여림 지음, 차상미 그림 / 천개의바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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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월요일 오전 10시.

돌봄교실 책상에 드문드문 건너 앉은 여덟 꼬마들에게 이야기를 읽어주었다.

오늘의 책은 [맑음이와 여우 할머니].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의 윤여림 선생님이 글을 쓰시고,

김준현 동시집 [나는 법]에 그림을 그리신 차상미 선생님이 함께 작업한 사랑스러운 책이다.

75페이지 정도의 이야기는 40분이면 충분히 읽어줄 수 있는데 중간 중간 나눌 이야기들이 많았다.

아기자기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그림과 문체와 달리

주인공 맑음이와 여우 할머니가 가진 사연들은 결코 다정하지만은 않다.

요즘 세상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일(혹은 아이가 자란다는 일), 낯선 이와 마음을 열고 함께 한다는 일은 얼마나 어려운지.

책을 읽고 있으면 아이들이 툭툭 이야기를 멈춘다.

"선생님 그런데요,"로 시작하는 질문들.

이야기를 마저 읽지 못하게 마음을 붙잡는 질문들을 몇 가지 추려본다.


p7. 맑음이 눈에만 보이는 공기고기들은 어여뻤어요. 공기고기는 먼지들이랑 햇빛을 가르며 헤엄쳐 다녀요.

"공기고기? 공기고기가 뭐예요?"

나도 처음 읽다가 걸렸던 낱말이다. 의미를 모르겠는건 아닌데 확 와닿진 않아서 왜 이렇게 표현했을까 곰곰 생각했던 표현을 꼬맹이들이 어떻게 알고 찾아낸다. 그러다 한 녀석이 "나는 알겠는데, 왜 이런걸 몰라?"하고 한 방에 분위기를 휘어 잡는다.

"방에 있을때 창문 보면요,

햇빛 비칠 때 막 뭐가 떠다니는데, 그냥 보면 안보이고 잘~봐야 돼요.

그럼 되게 반짝반짝 하고 예뻐요. 그거를 공기고기라고 하는거 같은데?"

이 아이로 말할 것 같으면 작년 1학년 시절, 툭하면 싸우고 교실 밖으로 뛰쳐나가 들어오지 않고 옆반 선생님인 나까지 동원되어 한참 실랑이를 하던 녀석으로 고집이 말도 못하게 세다. 몸은 작은데 어깨며 다리며 어찌나 꽉꽉 뭉쳐있는지 언제나 화가 단단하게 차올라 있었다. 말이라도 걸라치면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내가 안했다고요!'소리 지르며 도망가버리는, 그런 녀석. 주변을 돌아볼 여유같은건 하나도 없고 여덟살이어도 늘 쫓고 쫓기고 있었다. 그 아이가 혼자 방 안에서 혼자 햇살을 응시하고 있을 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 맑음이와 공기고기가 만날 때도 그런 고요한 시간이었을까. 무심히 툭하고 공기고기 이야기를 설명하는 모습에 마음이 울린다. 내가 보지 못하던 그 아이의 고요를 맑음이가 꺼내어준다.

p14. 엄마는 맑음이를 하루 맡길 데를 찾아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어요.

"어? 그럼 엄마 회사 따라가면 되잖아.

선생님, 우리 엄마는요, 나 맡길데 없으면 엄마 회사에 데리고 가요. 그럼 사무실에 있는 아저씨가 만원도 줘요. 책상에 앉아서 유튜브도 보고. 나는 엄마 회사 가면 좋던데?"

우와, 너희 엄마네 회사는 되게 좋네. 선생님도 아이 맡길 데가 없어서 학교에 데리고 올 수가 없어서 동동거린적이 있어.

"그럼 어떻게 해요?"

우물쭈물 얼버무린다.

"응, 좀 멀어도 할머니네 집에 부탁드렸지 뭐."

사실 오늘도 코로나 19로 개학이 연기되는 바람에 아이 혼자 집에 있을 수가 없어 조퇴를 쓰고 얼른 집에 들어와야 했다. 조퇴나 연가, 재택 근무조차 할 수 없었다면 나는 어쩌고 있을까.

여우할머니 같은 이웃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하고 말하려는데 그새 다른 아이가 한 마디를 보탠다.

"우리는 할머니도 우리 못 봐주니까 언니랑 둘이 집에 있어요."

사실 오늘처럼 돌봄교실에라도 올 수 있는 친구들은 다행이다.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고학년 아이들도 불안하긴 매한가지기 때문이다. 혼자 있는 집에서 혹시나 안전사고, 혹시나 강도나 학교폭력, 혹시나 혹시나. 상담을 해보면 혼자 아이를 키우는 보호자들은 어쩔 수 없이 일하러 나오면서도 집에 있는 아이 생각에 불안함을 호소한다. 문을 꼭꼭 잠근 채 '우리 식구 아니면 문 열어주면 안돼' 단단히 주의를 주고 나오면서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떠올리는 워킹맘, 워킹대디들이 우리 집 뿐만은 아닐거다.

내가 자랄 때, 집에 사람이 없어서 심심하고 무서우면 얼른 같은 동네 친구네 집에 갈 수 있었던 마을 분위기와 이웃사촌의 역할을 엄마 친구 이모, 아빠 모임 삼촌, 학교, 학원이 대신 메워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씁쓰레하다. 물론 우리도 서로 아끼고 위하지만 우리 삶의 거리는 너무나 멀다. 나는, 우리는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어쩌면, 이웃에 여우 할머니가 있어도 선뜻 부탁할 수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사람을 바라보는 눈이 벌써 흐리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더더욱 흐리다.

부모님이 안 계실 때 언니랑 집을 본다는 아이에게 '그래도 너희들은 둘이 의지하며 있을 만큼 자라서 다행이다'라고 밖에 말할 수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다리를 놓는 건 사실 맑음이네 엄마 같은 작은 기대에서 출발할지도 모르겠다.

여우 할머니의 고약한 잔소리와 인색함 뒤에 숨겨진 삶의 고단함을 헤아리고, 의지처가 되어줄 거라는 기대.

혼자 키웠지만 똥꼬발랄하게 잘 자라준 맑음이가 여우 할머니와 마음을 나누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사이가 되리라는 기대.

나는 나 자신 외의 사람들에게 어떤 기대를 품고 살고 있는지.

가족 아닌 누군가에게 기대받아본 적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p38. 우리 엄마는 밥하기 싫을 때 카레라이스 해 주거든요.

"선생님, 잠깐만요! 카레라이스도 밥인데요? 열심히 요리해야되는 거잖아요"

"그럼 집에서 밥하기 싫을 때 뭐 해먹어?

"라면이요."

"물에 밥 말아먹어요."

"우리 엄마는 볶음밥 해주세요"

"시켜먹으면 되지"

찬 밥에 물 말아서 김 한장 얹어 먹는다는 여우 할머니. 엄마가 밥하기 싫을 때 해주는 음식이 카레라이스라는 맑음이.

가만 보면 맑음이네 엄마, 참 야무지기도 하다.

혼자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고, 조금 더 나은 집으로 이사하고.

의지할 곳 하나 없을 때 까다로운 주인집 여우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기는 배포와 오만원을 쥐어드리는 애교와

돈 대신 홍시 한 봉지를 사들고 퇴근하는 마음씀씀이까지 보통 엄마가 아닌 것 같다.

밥해 먹기 싫어도 야채를 송송 썰고, 고기가 없어도 버섯으로 대신하는(앗 잠깐. 맑음이가 초식동물이라 그런가? 그렇다면 여우할머니는 아끼려고 고기를 덜 먹고 풀떼기만 먹어서 너그러워졌는가 하는 실없는 생각이 든다ㅋㅋ) 이 삶의 의지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품이 넓고 맑게 자라는 맑음이는 엄마를 닮았을지도 모르겠다. 혹은, 냉장고 배고플것 까지 헤아리며 장을 보고, 물을 끓이고 채소를 썰고, 카레 가루를 풀어 넣는 이 요리 과정 자체가 품을 넓어지게 하는 마법일지도. 아끼는 누군가를 위한 밥상은 얼마나 풍성한가. 스스로를 초라하게 대접하던 여우 할머니가 맑음이와 함께 카레라이스를 만들며 두 그릇이나 자신을 대접 하는 장면이 참 좋다. 맑음이네 엄마가 맑음이를 통해 품 넓은 삶을 키운 것처럼, 나와 만나고 함께 자라는 아이들이 사랑과 너그러움을 전하길 소망해본다. 아참참 그럴려면 밥해먹기 싫을 때 배달음식과 라면 대신 카레라이스정도는 해야되는 것인가. 쉽지 않은걸...;;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야기 읽어주기를 마무리하고 빈 교실에서 가만히 맑음이와 여우할머니와 맑음이 엄마를 떠올린다.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과 내 주변의 삶을 들여다 본다. 이야기를 듣는 아이들의 삶이 나와 다르지 않고, 우리는 조금 더 나아질 거라고 맑음이네가 어루만져준다. 이래서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읽기를 멈출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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