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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탄생 - 우리는 왜, 어떻게 질병에 걸리는가
홍윤철 지음 / 사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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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의 해독으로 인류는 질병의 탈출을 꿈꾸었다. 암의 정복이나 만성질환인 당뇨의 극복 등이 이를 통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했으며, 그래서 인류의 유전자의 해독이 발표되었을 때 전 세계는 환호했다. 그러나 이는 단견임이 드러난다. 즉, 유전자로 인해 발병되는 만성질환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암의 경우도 유전자를 물려받아 생기는 암은 5%미만이다. 그럼 무엇인가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의 답이 이 책에 들어있다. 그 답은 인간은 유전자로 인해 존재하지만, 그 유전자는 환경의 변화로 인해 변화하고 영향을 받고 있음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즉 인류가 1만년동안 겪었던 환경의 변화를 빼놓고 질병만을 보는 우를 범했다는 것이다.

인류의 출현이 대략 5-6백만 전이라고 하며 현생인류와 해부학적으로 거의 같은 구조를 가진 인류의 출현 10만 년 전이라고 한다. 인류는 수많은 시간을 아프리카에서 살다가 5만 년 전쯤 이동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다. 그리고 증가된 인구와 환경의 변화에 의해 1만년쯤 농경사회가 시작된다. 즉 문명의 시작이 이루어진다.

 

수렵채집사회와는 다르게 농경사회의 인류는 군집을 이루었으며, 잉여농산물의 생산으로 빈부와 지배계급, 정치가 생기게 된다. 그러면서 인류는 수렵사회와는 다른 질병에 시달리게 된다. 현대문명에서 보는 질병들이 출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즉 지배계급들은 영양과잉으로 인한 질병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식생자체의 혁명적 변화는 더 많은 인구를 부양할 수 있었을 수는 있어도, 수십, 수백만 년간 적응되어 온 인류의 유전자는 대 혼란을 겪게 된다.

수렵, 채집, 궁핍에 최적화된 유전자가 곡물로 인한 단순화된 영양분과 잉여 칼로리, 가축과의 공존으로 인한 감염병에 적응해야 되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수렵채집사회에서는 없던 질병의 출현은 결국 문명에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인류는 3백 년 전쯤 또 하나의 거대한 변화인 산업혁명을 겪게 된다. 도시화, 산업화라는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스트레스와 각종 화학물질, 대기오염, 운동부족등에 시달리게 된다. 즉 급격하게 변화된 인간의 환경이 질병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연선택, 적응이라는 과정이 그 짧은 시간에 이루어 질 수 없다고 본다면, 인간은 수렵채집에 적합한 유전자를 가지고, 아니 최소한 농경에 적응해 가고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산업사회를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간은 만성질환에 시달리며 살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럼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인류가 해야 될 일은 무엇인가?

인류가 적응해온 생활을 거꾸로 돌리기는 힘들다면, 최적화된 유전자의 상태에 오히려 맞춰가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즉, 수렵인 들이 생활에서 얻었던 음식들 야채, 과일, 어류, 불포화지방산, 덜 가공된 곡류들이 인간에게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고, 무엇인가를 얻기 위해 수많은 시간을 투자했을 그들만큼 우리도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는 가벼운 건강 상식으로 얻을 수 있는 이야기라고 코웃음 칠지는 몰라도, 왜 그래야만 하는지, 그리고 섭취량이나 운동량을 산정에는 이런 문화인류학적 고찰에 해답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지구라는 폐쇄적인 환경 속에 살고 있는 인류는 건강이라는 개념을 인간을 둘러싼 지구환경과의 조화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구 자원을 아끼고 환경을 보존하려는 노력이 결국 인간의 건강과 안녕을 지키는 길이라는 것인데, 건강과 환경의 개념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와 미세먼지, 극심한 기후변화 등을 고려한다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심각한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이 책 질병의 탄생은 인류가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질환들 8가지 전염병, 비만, 당뇨병, 고혈압, 심혈관질환, 알레르기, 암, 우울증을 문화인류학적으로 고찰하고 치료가 어려운 이유를 유전자의 환경적응 문제에서 찾는다.

농경사회와 산업사회라는 혁명적 변화를 통해 인류는 평균수명연장이라는 혜택을 얻었으나, 대신 만성질환에 시달리게 되었다는 결론인 것이다.

이 질환들은 현대의학에서도 치료중심으로 접근하고 있는데 저자가 말하듯 이건 질병의 극복이라기보다는 물살을 거슬러 노를 저어가는 배처럼 결국 큰 흐름에서는 물살에 떠밀려 갈 것이라고 경고한다.

 

주위를 돌아보면, 혈압약, 당뇨약, 다이어트약에 수많은 알레르기질환으로 고생하는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의학은 발전했으나, 치료가 힘든 질환은 늘어난 것이다.

결국 이들은 치료를 따라가기보다는 예방을 하는 의학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고 그 방법은 다름 아닌 최적화된 유전자에 몸을 맞춰가는 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질병의 “총균쇠”라고 불릴만한 이 책은, 질병으로 인간을 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유전자의 적응이라는 관점에서 질병을 고찰하며, 결국 그 관점은 인간과 환경을 떼어 놓고 볼 수 없음을 증명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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