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 - 문태준 시인의 초록문장 자연일기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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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제주는 대체 어떤곳일까? 제주의 애월은 어떤 곳 일까? 나는 많이도 다녀온 제주, 그 제주를 어떻게 기억하고 표현할 수 있을까? 그냥 단순하게 예뻤던 제주. 여름날의 제주, 아름다운 제주.. 그 정도로만 표현할 수 없는 내 작문실력이 매우 아쉽다. 하지만 나를 대신해 문태준시인은 지난 5년간의 제주에서의 기록을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때로는 절절하게, 때로는 한가롭게 표현했다. 이 책은 그냥 숨겨놓고 두고두고 혼자만 읽고 싶을만큼 빛나는 문장이 가득하다. 생생한 여름 밤, 한여름의 소나기, 정겨운 오일장, 귤빛으로 물든 제주, 깊고 조용하고 쓸쓸한 한랭한 공기, 저자는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을 읽고 어떤 희열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하는데 나는 문태준시인의 ‘꽃이 환하니 서러운 일은 잊어요’를 잊고 비슷한 희열을 느낀 것 같다.


녹그릇 같은 귀에 여름 빗소리를 그득그득 채웠다.


연일 뉴스에서는 한반도 기록적 폭염이라는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찌는듯한 무더위에 불쾌지수 최고조인 오늘의 나는 저 문장 하나만으로 시원한 여름 빗소리를 들으며 온몸의 서늘함을 느꼈다. 가장 먼저 시작하는 글 소나기에 관한 문태준 시인의 일기는 단순한 일기가 아닐 것 같다. 글을 읽는 내내 소나기가 내리는 풍경과, 소나기를 피해 멀구슬나무 아래로 뛰어가는 저자가 보인다. 그는 지나가는 소나기가 멈추길 기다리며 눈앞에 펼쳐진 여름을 그저 바라본다. 소나기가 지나가면 다시 발길을 떼고 터벅터벅 걸어간다. 눈앞에 무지개가 펼쳐진다. 저자는 그 무지개를 한참이나 바라본다. 나는 마치 이 장면을 눈으로 본것처럼 생생하게 마주한다. 그래서 나도 무지개아래 펼쳐진 여름의 근사한 색채속에 살아간다.


꽃은 험담할 줄 모르고, 꽃은 불평이 없고 꽃은 분노가 없다.꽃이 환하니 사람도 환하고 세상도 환하다. 서러운 일은 잊을 수 있다.


밤하늘처럼 자고 아침이면 귤꽃 향기처럼 은은하게 일어나려고 한다. 이 일상에서 빛나는 문장이 문득문득 오길 기다린다.


제주에서의 사계절을 보내며 마주한 자연으로부터 받은 위로와 깨달음들이 한문장도 빼놓지 않고 귀하고 귀해 아끼며 읽었다. 나도 마음이 여유로웠다고 생각되던 지난날은 그저 오롯이 자연을 찬양하고 더 큰 대자연을 맞이하고 싶은 생각에 산이든, 바다든, 섬이든, 그게 어디든 찾아 다녔다. 하지만 나는 그저 쟁취하려는 욕심에서, 단순히 갈망하는 마음으로 길을 떠났던 것 같다. 어쩌면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 모든 것이 자연 그대로인데. 작고 느슨하고 단순한 것으로부터 오는 행복은 시간과 개심이 필요했다는 문태준시인의 말처럼 나도 시간과 개심이 필요하겠지만 그 시간을 조금 더 단축하기 위함으로 그의 책을 가까이에 두고 자연을 벗삼아 성실하게 하루하루 살아내야겠다. 아름다운 제주를 어쩌면 영상보다 더 생생하게 글로서 옮겨담은 이 책이 가장 가까운 자연이 아니면 무엇이 자연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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