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모든 삶이 기적인 것처럼 - 귀촌과 심플라이프를 꿈꾸다
박중기 지음 / 소동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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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실 시골살이를 꿈꿔본적이 없다.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가는 것은 좋아하고 산이든 들이든 숲이든 하루 이틀 다녀오는 것은 즐거운 경험이지만 정말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문명의 바다에서 헤엄쳐 살아온 지난 40년의 세월 탓 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딘지 모르게 한집 건너 다음 집이 그저 불빛으로만 확인이 될 만큼 먼발치로 떨어진 시골집들의 풍경이 두려움을 준다. 벌레도 극도로 싫어하다보니 감히 엄두도 안난다. 하지만 남편은 한적한 시골에 땅을 사고싶어한다. 땅을 사서 집을 지어놓고 주말마다 가서 여행하듯이 자고오고 마당에서 고기도 꿔먹고 텃밭도 가꾸고 그러다 자연스럽게 나이가 더 들면 아예 터전을 바꿔 시골에서 살면 된다고, 그렇게 자연과 도시에서의 삶을 병행하는 그런 삶을 꿈꿨다. 아마도 많은 시골사람들이 도시 살던 사람들이 그런식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못마땅 할 수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았지만 이 책을 읽고 더더욱 시골살이가 결코 쉽지만은 않겠다는걸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귀농을 꿈꾸며 귀촌을 하지만 3년에서 5년 안쪽으로 포기하고 다시 도시로 나온다고 들었는데 저자는 50대에 시골로의 이주를 선택했고 20년이 넘는 지금까지 여전히 그 삶을 이어오고 있다. 실제로 터를 잡아 집을 지은 이야기와 텃밭을 일구며 거름을 만드는 과정들.. 어려운 이웃과의 관계.. 단순히 SNS에 많이들 올라오는 시골살이의 단상과는 확실히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특히 보건지소 부분을 읽고 많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 한때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를 하면서 몇 년을 극도로 예민한 상태로 일을 하다보니 심신이 지쳤었다. 그때 공부를 해서 공무원이 된다면 작은 시골마을 보건지소에 가서 정말 부끄럽지만 천하태평하게 일을 하고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오시면 혈압한번 재주고 약 챙겨드리고... 업무의 대부분이 그러하겠지? 라는 정말 무식한 생각을 했었는데 전문 의료인으로서 의료현장에서 일을 해오던 나조차도 보건지소 업무의 안일함과 태만함을 어쩌면 당연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친척언니가 보건지소에서 근무를 하고 있어서 업무의 강도와 고단함을 이제는 사실 잘 안다. 그 어느 병 의원보다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가 가능하고 응급환자의 응급조치를 다룰 수 있는 전문인력이 투입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지금은 안다. 실제로 시골에서는 병원을 찾기가 힘들고 응급한 처치를 위해서는 적어도 종합병원급 이상의 응급실에 방문해야만 하는데 거리상 쉽지 않을 뿐 더러 작은 도시의 종합병원도 응급 및 위급한 환자를 수용하여 치료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곳 도 많이 있는게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이다. 보건복지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때인 것 같다. 저자의 말에 깊이 동조하며 인상깊게 읽었다. 그저 먼발치의 환상에 젖은 삶으로만 시골살이를 생각했다면 시골의 명암등 평소 생각지도 못했던 시골살이의 양면을 보여주는 책이라 시골살이를 꿈꾼다면 먼저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삶의 터전을 바꾸는 것이 어떻게 쉬운일이겠는가. 제주에서의 삶을 실천하는 글들을 보면서 부러워 했던적이 있지만 즐겁고 그럴듯한 경험만을 공유했을거라고 본다. 막상 그 삶의 주인으로 들어가게 된다면 이전에 알았던 것들은 잊어야하고 이전에 누리던 것들도 잊어야하며 다시 새로운 문명을 만난것처럼 삶을 시작해야할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골살이에 대해서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나는 어쩌면 내가 시골에서 잘 살아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내 성향이, 성정이 어떠한 삶과 같은지에 대해서 깊이 고민도 해보기 시작했다. 깊은 고요와 적막이 두려움을 줄지 편안함을 줄지 알수는 없지만 아마도 나는 후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나는 누구나 꿈꾸는 그런 비현실적인 시골살이가 아닌 진짜 시골살이의 단상을 본것만 같다. 어쩌면 내가 잘 해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다른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처럼 전문인력으로의 경력을 충분히 쌓은 간호사가 보건지소에 발령이 된다면..? 공부를 해야겠다. 어느 시골마을에 내가 큰 도움이 될지 모를일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증정받아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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