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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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몰입해서 단숨에 읽어버린 책, 참 오랜만이다.

글쓴이의 마지막이 앞장에 이미 나와있어 그 끝을 알고 있었지만, 작가의 생생한 감정과 생각들이 고스란히 전달되어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 마음이 쓰이고 여운이 남았다.


교육에 적극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글쓴이는 어릴 적부터 문학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문학을 좋아하여 영문학을 전공한 그였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의미와 목적을 끊임없이 궁금해하였고, 그의 모든 생각들이 그를 뇌 신경학이라는 학문으로 이끌어주게 된다.


인간은 유기체이고, 물리적인 영향을 안 받을 수 없는 생명체인데, 영혼이란 애초에 존재하는 것일까.


그가 생각하는 삶과 죽음의 연결고리가 참 특이하면서도 특별하다. 그가 가졌던 의문과 고뇌가 마음속 깊이 파고들었다. 문학을 사랑하는 신경외과 의사가 써 내려간 인턴생활의 경험과 의사로서의 경험은 단순한 환자, 의사 간의 관계가 아닌 그 이상이었고, 치료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도 의사인 그의 입장에서 보니 참 달라 보였다..

신경외과는 뇌와 의식만큼이나 삶과 죽음과도 밀접하게 연관된 아주 매력적인 분야였다. 나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서 일생을 보낸다면 연민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스스로의 존재도 고양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 하지만 레지던트 생활 속에서 다른 무언가가 서서히 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두부외상 환자들을 끊임없이 접하다 보니, 생사의 순간에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빛에 너무 가까이 있으면 그 순간의 본질을 보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

p106

의사가 되는 과정을 겪으며, 환자를 위해 선택해야 하는 수많은 일들 중에 가장 힘들고 고민했던 것은 어떤 말이 진정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말일 까였다.

사실 너무 솔직하게 말해도 안되고, 너무 숨겨도 안되며 자신의 말 한마디가,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메스의 끝날이 1mm만 벗어 나도 평생 회복할 수 없는 장애를 남기듯, 환자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그도 잘 알았다.

그런 그가.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가 되었다.

그가 했던 수많은 진단이, 수많은 위로가, 지식으로만 알던 통증들이 자기 이야기가 되었을 때 그도 후회를 했다. 삶의 끝에서 얼마 남지 않은 나날을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어떤 것이 있을까.


그의 글이 너무 짧게만 느껴져 참으로 안타까웠고, 만약 그에게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찰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면 어떤 책이 나왔을지 감히 상상이 안될 정도로 궁금하지만, 짧은 만큼 강렬한 인상을 준 이 책 또한 너무 소중히 잘 읽었기에, 세상에 이 책이 나오게 해준 고인의 아내에게도 감사함을 표하고 싶다.


그렇게 많은 죽음을 가까이 하며 지냈던 그지만, 정작 그의 죽음은 예상하지 못했다.

"죽음에 대해 선정적으로 그리려는 것도 아니고, 할 수 있을 때 인생을 즐기라고 훈계하려는 것도 아니야. 그저 우리가 걸어가는 이 길 앞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고 싶을 뿐이지" .


사람은 언젠가는 죽게 되어있고, 누구나 그 끝이 있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의 끝이 찾아왔을 때 몇 명이나 그 사실에 대해 덤덤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끝을 알지 못했던 나날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했을지 한번 생각해 본다.

죽음이 찾아왔을 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참 잘 살았었다 생각할 수 있도록, 내 삶을 좀 더 가치있게 만들어 봐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인생이 허무하거나 무기력을 느낀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라고 권해보고 싶다.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후에 내가 가졌던 시간들이 얼마나 절박하게 원하는 시간들이었는지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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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 그런데 책이.. 너무 좋습니다... 소장각이예요.. 정말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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