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뇌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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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과학 기반 장편소설을 읽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잡지식을 알아가는 재미는 덤이고 뭔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보니 훨씬 더 잘 몰입되는 느낌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그는 자타 공인 과학 장편소설의 장인. 내가 너무 좋아하는 작가다.

이번에 다시 재 출간된 뇌는 이미 2002년 처음으로 우리나라에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였다.


이번 기회에 다시 그의 새로운 책을 펼쳐볼 수 있어서 너무나 영광이다.


이야기는 세계가 주목하는 AI 대 인간의 체스 대결에서 시작한다.

AI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사뮈엘 핀처 박사는 그날 밤, 애인과 함께 밤을 보내다 죽음을 맞는다.

숙소에는 침입자도 없고 외상이나 약물의 의심 정황도 없었으므로 세상에 둘도 없는 절세 미녀의 품에서 복상사한 행복한 사람으로 끝이나 나 했지만 그 죽음에 의문을 가진 전직 수사관 출신 뤼크레와 여기자 뤼크레스가 계획된 살인임을 의심하며 사실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주인공 핀처 박사가 정신병원의 의사로서 장 루이 마르탱이라는 식물인간과 소통하며 뇌에 대해 탐구하고 인간의 정신과 욕망, 쾌락에 대해 다루는 과거의 시점과, 핀처 박사의 죽음의 원인을 쫓는 두 주인공의 현재 시점과 교차되어 펼쳐진다. 이렇게 과거와 현재가 따로 진행되며 하나하나 퍼즐이 맞춰지는 전개 방식, 정말 흥미진진하다



우리는 무엇에 이끌려 행동하는가


​우리를 움직이는 우리의 근원적인 내적 동기는 무엇일까. 

그것이 돈이 됐건 명예가 됐건 누구나 각자의 내적 욕구 있고 그것에 대한 갈망이 커질수록 보상에 대한 행복감, 즉 쾌락이 커지게 된다. 


아니 도대체, 2002년에 어떻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지 정말 말이 안 되는 것 같다. 

부족함 없는 안락한 삶에 행복과 소소한 기쁨을 잃고, 고통에 취약하며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각종 미디어나 매체에 중독되어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인데 20년도 더 전에 이런 날카로운 통찰을 지닐 수 있었다는 게 놀랍기만 하다.


누가 핀처 박사를 왜 죽였는지, 어떻게 죽였는지, 핀처의 애인을 포함한 전직 정신과 의사였던 움베르토 등등 여러 등장인물들을 보며 추리해나가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마르탱은 마침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중단했다. 
모르핀이 육신에 대한 진통제라면, 텔레비전은 정신에 대한 진통제인 셈이었다.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마르탱은 정신은 온전했지만, 모든 신경이 다 죽어 오로지 한 쪽 귀와 눈만으로 소통할 수 있었다. 깜깜한 병실에 홀로 조용히 있으면서 자신의 상태와 앞으로의 일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었지만, 핀처 박사의 배려 아닌 배려로 텔레비전의 소리를 이어폰으로 들려줬는데, 이 부분을 작가는 정신을 마비시키는 진통제로 표현하고 있는 것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 역시 천재 작가!




작품 하나를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를 했는지,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기까지 얼마나 노력을 했을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을 만큼 이야기는 명확한 정보와 함께 이질감 없이 진행된다. 


더 나은, 더 자극적인, 더한 쾌락을 좇는 인간의 본능은 인간의 뇌 구조상 어쩔 수 없지만, 쾌락이 우리를 지배하지 못하도록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 같다.


2002년 출판 보다 2023년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완전 강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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