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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인류 - 죽음을 뛰어넘은 디지털 클론의 시대
한스 블록.모리츠 리제비크 지음, 강민경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6월
평점 :
죽음이란 무엇일까. 인간에겐 영혼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디지털 세계에서 나를, 친구를, 가족을 복제해서 불멸의 존재로 만드는 것이 죽음이라는 두려움과 공포를 극복할 유일한 방법일까.
읽는 내내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했던 <두 번째 인류>
책은 크게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만남과, 2부 관찰
1부에서는 디지털 불멸성을 꿈꾸는 사람들을 찾아가 직접 이야기를 듣고, 왜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들의 일상을 집중하여 담았고, 2부에서는 디지털 불멸성 자체 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처음 책의 제목을 봤을 땐 앞으로의 미래사회나 휴머노이드 로봇의 도덕성에 대해 설명하는 그런 책인 줄로만 알았다. 첫인상과 달리 책은, 미래가 아닌 현실에 집중하며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실제 기술들, 경험들, 사례들을 보다 사실적으로 명확하게 적시해놓은 과학 인문서적에 가까운 것 같다.
아버지가 암에 걸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을 들은 제임스는 아버지의 대화와 추억을 바탕으로 챗봇을 만들게 된다. 챗봇은 아버지의 평소 억양과 말투를 고스란히 담아냈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아들이 만든 자신의 챗봇을 보고 "정말 대단하구나" "네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안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제임스의 누나는 마음이 더 심란해 질까 봐 챗봇과 이야기를 나눌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제임스의 어머니는 남편이 그리울 때마다 대드봇과 이야기하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자신과 똑 닮은 챗봇을 본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을까.
가족들은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위로를 아버지와 닮은 챗봇으로부터 받았을까.
모든 일상을 자동으로 녹화하고 측정하는 '라이프로깅Life'ogging' 기술은 이제 현실이 되었다.
일단 모여진 데이터만 있으면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분야는 다양하다.
나의 모든 발자취가, 살아온 역사가 기록된다면 정말 편하긴 할 것 같다. 내가 언제 누구와 있었는지 10년 전 지인, 20년 전 지인, 30년 전 지인까지 모조리 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나보다 나를 더 잘 기억하는 디지털 세상. 나중에는 어느 게 진짜 나인지 헷갈릴 때가 올까.
망각의 장점도 분명히 있다. 죽도록 사랑하는 타인의 죽음도 결국 잊히며 극복해 나가는 게 인간이다.
매 삶을 디지털로 기록하는 우리는 이미 잊혀질 권리를 세상으로부터 뺏기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면 '대신'기억해 주고, 리마인드까지 해주는 디지털 기기 덕에 오히려 인간의 기억이 감퇴할지도 모르겠다.
2020년 한 기업이 죽은 지 3년이 지난 7살 나연이를 VR 세상에서 부활 시켰다. 업체는 나연이를 가장 그리워하고 있는 나연이 엄마가 VR 고글과 장갑을 낀 채 딸아이와 재회하는 장면을 짧은 영상으로 찍어 세상에 공개했다.
책에서도 이 이야기가 두 번이나 언급되고 있다. 그 부분을 볼 때마다 너무 눈물이 났다.
딸을 잃은 엄마가 다신 못 볼 줄 알았던 딸을 다시 만났을 때 들었을 감정은 감히 짐작도 하기 힘들다.
떠난 이보다 남겨진 사람들이 더 힘들기 마련이다. 이런 남겨진 이들을 위해 라이프로깅 데이터로 그 사람을 부활 시켜준다면 다시 행복했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남겨진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일까
고인의 디지털 클론이 그 사람에 대한 남은 이들의 기억을 덮어쓸지, 삭제할지, 아니면 좋은 의미로 확장할지는 그 기술을 이용하는 개인에 달렸다. 그리고 우리가 누구를, 혹은 무엇을 아바타로 여길지, 그리고 그것을 누구로 혹은 무엇으로 인식할지에 달렸다.
우리는 형체를 얻어 구체화된 고인들을 꽉 붙잡으려 시도할까? 아니면 진짜인지 확인하지도 않고 그들이 우리를 자극하도록 내버려 둘까?
한 챕터 한 챕터 생각이 많아지다 보니 책의 구절 구절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졌다.
다가올 미래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디지털 클론에 대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