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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임 머신 - 수치심이 탄생시킨 혐오 시대, 그 이면의 거대 산업 생태계
캐시 오닐 지음, 김선영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4월
평점 :
수치심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수치심은 자존감과 직결된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일수록 수치심을 크게 느낀다.
그럼 어떤 사건에 의해 수치심을 크게 느끼고 나면? 자존감이 떨어지겠지.
작가는 수치심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수치심을 이용하여 정치나 돈벌이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나선다.
<대량 살상 수학 무기>로 큰 히트친 캐시오닐 박사가 출간한 <셰임 머신>.
그녀는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수학 인재다. 이공계 출신인 그녀는 빅데이터와 서칭 알고리즘을 다루며 이 알고리즘들이 어떻게 사회를 조장하고 꾸미는지에 대해 너무나 잘 안다.
이런 불합리한 사회 속에 그녀가 특별히 지목한 "수치심"이란 주제는 참 흥미롭다.
책은 내가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못했던 주제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해 준다.
책은 크게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 수치심은 돈이 된다>
비만, 약물중독, 빈곤, 외모 등 수치심을 가지고 기업이나 정치가들이 어떤 식으로 이윤을 챙기는지를 다룬다.
<2부 혐오는 어디서 시작하고 확산되는가>
때로는 우월주의가, 때로는 허무주의의 피해 망상이 집단을 둘로 나눈다. 점점 더 극명하게 나뉘는 집단들과 어떻게 우리는 그렇게 극단주의로 빠져드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3부 정의감은 어떻게 무기가 되는가>
정의라는 이름으로 양심이라는 것을 내세워 그것을 강요하는 사회를 비판한다. 집단주의에서는 이념과 대립하거나 반대하는 자들에게 모욕감과 수치심의 힘을 빌려 사람들을 조정한다.
나이지리아의 촛불 집회 이야기는 꼭 우리나라 이야기와 닮았다
촛불집회에서의 희생자는 정부에게 그 어떤 무기보다 무서운 "수치심"에 근거한 증오의 시선을 낳았고 그것이 곧 시위대의 힘 이 되었다. 결국 정부는 부패를 인정하고 시정할 것을 발표했다.
근데 또 바꿔 생각하면, 이런 상황들이 각국에서 번복되기에, 일부러 희생자를 만들어내는, 극적인 연출을 만들어내는 상황도 빚어지는 현상이 생길 것 같다. 참 아이러니하다.
백신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왔다.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 즉 집단 면역 형성을 방해하고 자신만 살겠다고 나서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쳐 타인의 증오를 일으키기에 충분했지만, 문제는 정부가 그런 분위기를 조장하려고 애쓰면서 오히려 상황은 역전이 되었다. 이렇게 수치심은 특정 집단이 모욕감을 주고자 했을 때 바로 생기는 것이 아닌, 집단 전체의 동의가 있어야 하고 모두 다 수긍할 만한 사회적 인식이 각인되어야 비로소 성립됨을 알 수 있었다.
나에게 바람이 있다면, 일단, 우리를 둘러싼 수치심을 깨달은 다음 다 함께 크고 작은 수치심 머신을 해체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책의 곳곳에서 비만에 대한 그녀의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비만으로 인해, 그녀가 평생 가졌던 수치심과 사회적 편견이 그녀를 얼마나 힘들게 했으며 끊임없이 반복되었던 다이어트와 요요 현상을 겪으며 결국 수술대에 올랐던 그녀의 이야기는 당사자가 아니면 결코 체감할 수 없는 이야기일 것 같았다.
수치심은 결국, 사회적 시선이다.
나만 아니라고 생각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닌, 집단 지성이 아니라고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책은 수많은 비만인들, 사회적 약자들을 이용해 그들의 수치심을 자극하고 돈벌이에 활용하는 산업구조에 반기를 들고 편견 없는 시선을 바로잡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마저도 모르고 있었던 수치심, 모욕감 전략에 쉽게 빠져들지 않도록, 편견을 가지고 타인을 바라보지 않도록 실천해 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