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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인생을 결정하는 공간의 힘
이민 지음 / 라온북 / 2022년 9월
평점 :
실내디자인 교수가 쓴 육아서라니, 책 제목만 봐도, 저자만 봐도 내용이 궁금하여 시선이 확 끌린다.
부모마다 아이를 양육하는데 나름의 철학과 기준이 있고, 추구하는 가치는 다 다를 거라 늘 생각해왔다.
나 같은 경우에도 아이는 정말 나와 닮은 구석이 많은 어린 시절의 나, 거울 존재 같아서 어릴 적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 내가 해봐도 잘 안됐던 거, 아쉬웠던 거, 하고 싶었던 것들을 더 시켜주고 싶고 내가 좋았던 것들 재미있어 했던 것들을 더 소개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다.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실내디자인 교수님은 어떤 철학과 가치관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을까.
전문가가 들려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 그 의미는 정말 특별한 것 같다.
누군가에겐 갑갑하고 답답한 곳이 누군가에겐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는 곳이 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배움의 터전이 될 수도 있으며, 공간의 분위기에 따라 마음을 움직이기는 곳이 되기도 한다.
책을 통해 <공간>이라는 것이 우리 삶에 정말 중요한 일부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
내가 사랑했던 공간, 그리고 현재, 앞으로의 공간.
1부에서는 우리가 사랑했던 과거 공간, 현재 그리고 미래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행복한 아이의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눈을 감고 나의 어릴 적 행복했던 공간을 떠올려보았다.
시골 장작 태운 냄새를 가득 머금은 집,
새벽에 울리던 귀뚜라미 소리와 맑은 밤 하늘,
한 여름에도 차갑게 느껴졌던 할머니 집 마룻바닥.
생각해 보면 나의 가장 행복했던 공간은 다른 곳이 아닌 할머니 집이었다.
그런 편안한 공간이 우리 아이에게도 있을까.
공간 경험치는 곧 세상의 경험치.
하버드보다 입시 경쟁이 치열한 미네르바 대학은 전 세계를 옮겨 다니며 공부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바로 공간을 바꿈으로써 문화를 배우고 경험치를 쌓고 다른 시각에서 다른 환경에서 생각하고 느끼는 방법을 배운다. 살아있는 교육이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또한 작가는 지속 가능 한 성장을 위한 3가지 항목으로써 '주도성, 표현성, 다양성'을 소개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이 '주도성'이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많은 육아서에서도 자기 주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가정 교육의 현실을 보면 사실상 '엄마 주도적'이 맞다. 방과 후 학원 스케줄을 짜고 학원을 알아보고 교재를 알아보고 체험학습을 예약하고.. 하지만 이런 것들은 사실상 아이가 주도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한 것 같다.
점점 더 선택할 폭이 작아지는 아이. 해야 할 것들만 잔뜩 있고, 해보고 싶은 것은 별로 없다.
그렇다고 부모로서 마냥 손을 놓을 수도 없기에, 밤낮을 전전긍긍하는 엄마들.
부모교육은 티칭 아니라 코칭이라고 흔히들 이야기한다.
작가의 책 속에서도 같은 맥락의 지혜를 많이 엿볼 수 있었다.
공부는 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
p77 아이 인생을 결정하는 공간의 힘
책 한번 안 펼치고 놀기만 했던 초/중등 시절 걱정과 압박이란 1도 없었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와 언니는 참 다른 사람이었는데, 내가 중3일 때 언니는 고3이 되었고, 엄마는 언니 따라 책이라도 한자 보라고 독서실을 함께 끊어주셨다. 물론 당시 친구들과 매일 오락실 가고 놀러 가고 했던 게 일상의 다반사였지만, 놀던 아이들과 헤어지고 언니 옆자리에서 슬렁슬렁했던 시험공부 덕에 인문계 고등학교를 갈 수 있었고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공부하라는 잔소리 100번 보다 공부하는 가족을 보고, 공부하는 환경과 공간을 만들어준다면, 그것이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뭐가 됐든 서로의 생각과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아이는 여행을 가거나 특별했던 일상보다 별일 아니었지만 한 번이라도 내가 이야기를 꺼낸 상황을 훨씬 더 잘 기억한다. 아이의 사고와 지식을 넓혀주고 싶다면, 엄마도 함께 공부하여 그 분야의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이 그러면서 아이의 생각을 유도하는 것이 이학원 저 학원을 옮겨 다니며 수업을 받는 것보다 훨씬 더 효과적일 거라 믿는다.
>공간의 탐색법, 활용법
2부에서는 작가가 추천하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과, 그 공간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아이로 키우려면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아이와 함께 모네 작품 전시회를 보러 간 적이 있다.
그렇지만 아이도 나도 어떤 점을 중요하게 봐야 하는지 몰라 참 난감했던 기억이 있다.
아이는 그저 그림책 보듯 휙휙 빨리만 가고 싶어 하고, 나는 거기서 무엇이라도 아이에게 설명을 해줘야 할 것 같아 '잠시만, 이것만 보고 가자, 이리 와봐 ㅡ'를 외쳤던 것 같다.
박물관을 가도, 다른 어떤 전시회를 가도 마찬가지였다.
그곳에서 내가 내린 결론은 아직은 이런 곳에 오기에는 너무 어리구나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저자의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생각을 고쳐먹게 되었다
엄마는 아이가 보고 있지 않다고, 제대로 집중해서 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도 아이는 그 공간에 이미 젖어들어있을 테고, 그것이 여러 번 반복되다 보면 자신도 그곳에서 특별한 것을 만날 수 있으리라.
도서관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그곳에서 자기가 좋아할 만한 책도 고르고, 정렬된 책등을 유심히 바라보기도 하려면 무엇보다 거기 머물러있는 시간도 길어야 하고 횟수도 많아야 한다. 작가의 말대로 나만 기다려 주면 되는 것을.. 내가 너무 서툴렀다.
너무 좋은 말들과 조언들이 많이 나오는데 내 블로그 리뷰에 다 담을 수 없는 것이 참 아쉽다.
지혜롭게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 참 쉽지 많은 않은 게, 나의 시선, 나의 가치관에 사로잡혀 어찌 보면 나의 기준에서만 아이를 생각하고 대하고 바라봤던 것 같다. 책을 통해 다양한 시각에서 다양한 시선에서 아이를 바라봐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어린 시절 내가 살았던 그 공간보다,
지금 내가 꾸린 이 가정, 이 집이 그 어느 곳 보다 나에겐 평온하고 아늑하다.
우리 아이에게도 우리 집이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