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제인 오스틴 지음, 송은주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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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시절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읽고 설레어 한동안 잠 못 이루었던 적이 있었다. 

정말 순수했던, 세상 물정 모르던 그 시기에 그 책은 나에게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아직 사춘기 시절 나의 순수함이 남아있는 건지 그녀의 또 다른 소설 <설득>을 읽고 다시는 못 느낄 것 같았던 설렘과 두근거림이 나를 찾아왔다. 


주인공 앤은 월터 엘리엇 경의 둘째 딸이다. 일찍이 어머니를 여의고 허세 가득한 아버지와 도도하고 차가운 언니 밑에서 눈에 띄게 관심을 받고 자라진 않았지만 그녀의 인성을 미리 알아본 레이디 러셀 부인이 그나마 그녀를 가장 많이 챙겨주었다. 그러다 웬트워스 대령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그녀는 청혼을 승낙하게 되는데 무일푼이었던 그를 러셀 부인을 포함한 모든 이들이 반대하면서 결혼은 승사 되지 않았다. 당시 열아홉이었던 앤은 그렇게 <설득>당했다. 


그녀는 아무것도 내세울게 없는 웬트워스 대령에 비하면 훨씬 우의에 있었다. 그녀는 젊고, 뼈대 있는 가문 출신인데다가 지성까지 갖추었다. 선택의 몫은 그녀였고 그녀가 가장 믿고 의지하던 러셀 부인의 뜻을 거역할 수 없었기에 이별을 택했다. 패기와 열정이 넘치는 청년이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오히려 그런 점이 러셀 부인은 위험하다고 판단한다. 


아버지인 월터 경은 집안 살림을 챙기던 부인이 죽고 늘어난 씀씀이  탓에 자신의 저택이 있는 켈린치 홀을 떠나 바스로 이주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허세 가득한 월터경 답게 켈린치 홀의 저택에 세 들어 살 사람을 꼼꼼히 고르는데 그렇게 선택된 사람이 신사 출신의 크로프트 제독. 하필이면 또 그 크로프트 제독의 부인 동생이 앤과 연인 관계에 있었던 웬트워스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다시 생각해 보면 설정도 너무 낭만적이다. 젊었을 적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사람과 7년 만의 재회라니.

둘 다 여전히 미혼이었지만, 웬트워스는 전쟁에서 세운 공으로 많은 부와 명성을 얻었으며 옛날 별 볼일 없던 청년이 아닌 누구나 결혼 상대로 호감 있어 할 만한 사람으로 돌아왔다. 


내가 사랑하던 그 사람, 아직 나를 사랑할까. 여전히 내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와의 일은 다 잊은 건 아닐까. 



영국의 산업화가 시작되는 18세기 1760년 즈음을 배경으로 작성된 이 소설은 사치로 궁핍해졌지만 여전히 허세 가득한 귀족들, 몰락한 신사들, 전쟁의 공을 인정받아 막대한 부를 축척하고 신흥 부자가 된 군인들 등 다양한 인물이 나오고 그 시대의 관심, 가치관, 시대적 분위기 또한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무엇보다 가문의 체면이 중시됐던 사회에서 결혼은 그야말로 가문의 자존심이었다. 출신이 귀족인지, 재력은 얼마나 되는지가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었으며 그런 기준들은 그 사람을 향한 사람들의 행동 가짐이나 관심의 여부를 결정했다. 


앤의 언니였던 엘리자벳은 너무나 오랫동안 아버지 월터 경 옆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귀부인 역할을 해서 그런지 얼굴이 매력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차가웠고 도도했다. 앤의 동생 메리는 엄살이 심하고 평소에도 불평불만이 많은 여자였다. 앤은 언니와 동생과의 분명히 다른 캐릭터 속에서 그 사람의 배경을 떠나 직관적으로 상대를 보려 애쓰고 그 내면을 볼 수 있는 혜안이 있었다.


가슴 두근거리고 낭만적인 부분이 많이 나와서 할말이 아직 많지만 아직 <설득>을 읽어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말을 아껴야 할 것 같다. 정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재미있었는데 특히나 앤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절제된 감정 표현들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읽는 내도록 정신을 못 차렸던 것 같다. 오랜만에 읽어보는 고전인데 개인적으로는 오만과 편견보다 더 재미있게 읽었다. 제인 오스틴은 과히 천재 작가라고 칭할만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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