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1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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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베르나르 베르베르! 

어쩜 이렇게 이야기를 창의적으로 잘 풀어나가는지 모르겠다. 


​프랑스에서 온갖 역경을 겪고 드디어 도착한 뉴욕! 최고의 피난처라고 생각했던 그 도시도 상황이 프랑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깨닫는데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더 상황이 안 좋다고 생각해야 할 수도.

앞서 고양이나 문명에서는 동물들과의 관계에 좀 더 집중했지만 행성은 인간관계에 대해 많이 파고들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쥐들에게 쫓겨 정말 소수의 인종이 남았음에도 인간들은 부족으로 무리 지어 편을 가르고 의견 대립으로 날을 세운다. 한 빌딩에 모여있는 각 부족의 대표 102명들의 말다툼이 주인공 고양이 바스 테드에게는 하나같이 쓸모없는 토론인 것처럼 내비쳐진다. 똑똑하다고 자부하는 인간들은 하루하루 죽을 고비를 넘기며 쥐들의 위협 속에 힘겹게 살아가고 있지만 그런 위기 상황을 금방 망각하고 자신들의 권력과 권위를 선점하기 위해 서로 싸우는 모습이 어떤 면으로는 참 무지하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102명의 대표단의 의장으로 힐러리 클린턴이 나오는데 정치인들이 어떤 식으로 협상을 하고 자신의 의견을 고찰시키는지에 대해서 서술하는 부분도 참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인구가 죽고 없어진 단편화된 사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면적인 정당성 공정성만을 중시 여기는 현대 정치 사회의 단편적인 모습을 비판하는 메시지도 엿볼 수 있다.  



인간들은 자신들의 상상력을 행복보다 불행을 위해 쓴다"
집사 나탈리가 자신의 연인이 곧 자신을 떠날꺼라는 두려운 마음에 지레 그와 이별을 고집하는 장면에서 고양이 바스타드가 이해못하겠다는 심정을 표현하는 부분이다. 어쩌면 인간의 가진 최대 축복이자 불행은 상상력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자기애가 차고 넘치는 주인공 고양이 바스 테드는 언젠가 자신이 예언자를 넘어 여신으로 될 세상을 확신하며 자신은 장차 어떤 여왕이 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면서 생각하게 되는 이상적인 통치자의 모습. 어떤 통치자가 훌륭한 통치자라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악랄하고 악독한 통치자 ( 나폴레옹이나 히틀러 같은)를 더욱 기억하고 그들의 잔혹 행위 자체를 비난하면서도 그들의 업적에 감탄하기도 한다. 그런 악랄한 통치자들은 자신들의 견제세력을 바로바로 처단하면서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절대 권력을 누리며 영역을 확장해 나갔지만, 오히려 인간적이고 민주적이었던 소위 말해 착한 통치자들, 어떻게 보면 유연한 통치자들은 역사에 기리 남을 엄청난 업적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돌에 맞아 죽거나 참수를 당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어떻게 보면 나라를 끔찍하게 생각하고 잘 살아 보고자 했던 마음은 하나인데 왜 이리도 다른 결말을 맞이하는 걸까.
훌륭한 통치자는 소수의 의견을 적당히 무시한 채 자신의 의견을 고수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즉각 즉각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리더일까 아니면 소수의 의견도 존중하면서 민주적인 합치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리더여야 할까.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인간 세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것처럼 인간들은 위기의 상황에서도 조금의 평화라도 찾아오는 날엔 무리 지어 편을 나누고 상대를 깎아내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반대를 위한 반대. 결국 합치를 이끌어내는 것이 가능할지, 불가능에 가까운 건 아닐지에 대한 의문이 들기도 한다. 

​갈수록 영악해지는 엄청난 숫자의 쥐들로부터 해방될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 
인간과 고양이가 힘을 합쳐 시원한 한방을 날려줄 그날의 모습을 기대하며 2편을 빨리 읽어봐야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읽고 작성한 솔직한 리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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