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딱딱한 육아서, 항목들로 분류되어 있는 육아서로만 생각했던 "요즘 유대인의 단단 육아"는 글쓴이의 실제 경험담 및 기억을 일기처럼 부드럽게 작성한 에세이 느낌의 책인 것 같다.
두 번의 유산, 셋 아이를 허무하게 잃고 가슴에 묻어야 했던 주인공은 그 후 다섯 명의 아이 엄마가 된다.
셋도 아니고 넷도 아닌 다섯 명이라니.
어쩌면 먼저 잃은 아이들에 대한 미안함과 나누지 못했던 사랑이 아이 다섯을 번듯하게 키울 수 있게 만든 힘이 되었던 게 아닌가 싶다. 아이 다섯을 키운다는 것은 실제로 늘 행복하기만 했던 삶은 아니었으리라 짐작한다. 다섯 아이들을 똑같이 사랑해 줘야 한다는 부담감과 각기 다른 성향의 아이들을 성향별로 대해야 한다는 압박감, 아이들끼리의 마찰 등등 챙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리라.
책을 읽고 가장 이 책에서 강조되는 내용은 바로 아이를 내 것이라 생각하지 않고 하나의 생명, 독립된 개체로 인정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아이도 아이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고 주장이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다. 그러한 것들을 짓밟아서는 당장은 좋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더라도 지속 가능한 관계는 아니며 언젠가는 파괴될 관계로 가버린다. 아이를 내 맘대로 하기보단 아이 생각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주면서 부모의 적절한 가이드를 주는 것이 필자의 방법 같다. 거기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아이를 향한 사랑 표현이다. 모든 부모는 아이를 사랑하겠지만 그 표현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조건 사랑하고 있다고 표현해 주어야 한다. 아이가 자신은 사랑받는 존재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 어떤 시련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아이가 "미워"라는 표현을 쓰며 부모를 당황시키더라도 "그렇지만 엄마 아빤 OO를 늘 사랑해" 하는 일관성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성에 관해 나오는 부분도 인상적이다.
아이에게 성에 대해서 어떤 식으로 가르쳐야 하고 설명해야 하는지가 나온다. 남자아이들에게는 타인을 성적으로 괴롭히지 않는 부분에서부터 관계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여자아이에게는 자신의 몸에 대한 중요성과 책임감 등을 어떤 식으로 가르칠지에 대해 설명한다. 내가 한참 후에 언젠가는 꼭 써먹어야 할 내용들이다.
이 책의 중후반대로 넘어가면 훌쩍 커버린 아이들에 대해서 나온다.
내 키를 넘어선 아이는 더 이상 아이가 아닌 동거인같이 느껴진다고 한다. "밖에 나갔다 와도 돼요?, 남은 푸딩 먹어도 돼요?," 항상 물어보던 아이는 더 이상 묻지 않는다. 외출 후 언제 돌아올지 기다려야 하는 것은 부모고 냉장고에 있는 푸딩은 막내 거니 먹지 말라는 쪽지를 남겨놔야 하는 것도 부모다. 아이가 네 살 때는 그렇게 용서가 쉽게 잘 되더니 아이가 크면 더 이상 용서가 안된다고 한다. 큰아이를 키운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