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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2.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2년 6월
평점 :
품절
내가 어렸을 때 문학을 좋아하시던 엄마는 <샘터>, <좋은 생각>과 같은 월간지를 늘 읽으셨다. 집에 월간지 몇 권이 엄마의 동선 여기저기에 놓여 있었다. 엄마의 화장대, 식탁 위, 어쩔 땐 접어놓은 빨래 옆에. 엄마는 맘에 드는 글을 읽으시면 한 쪽 귀퉁이를 접어두시고 가끔은 글의 일부를 엄마의 고등학교 절친이셨고, 지금은 수녀님이신 친구분께 보내는 손 편지에 써넣곤 하셨다.
이번 월간 <샘터> 칠월 호의 주제는 '방학'이다. 엄마가 읽으셨던 그때의 샘터와 지금의 샘터는 책의 크기와 두께감도 다르지만 지금도 여전히 발행되고 있음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샘터를 읽던 그 시절 엄마는 어린 나에게 굉장히 큰 어른으로 보였는데, 아마 지금의 내 나이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나는 나이로는 빼도 박도 못하는 어른이 됐지만, 마음은 여전히 나약하고 어리기만 한데, 그때의 엄마도 그랬겠구나 싶었다.
이번 호의 주제는 방학인 만큼 잠시 멈춤, 쉼, 휴식에 대한 글이 많아 휴가를 떠날 때 챙겨가기 좋다. 다른 사람들의 쉼에 대한 간절한 바람과 용기 있는 실천을 읽다 보면 나에게 주어진 휴가의 시간이 더욱 값지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머나먼 곳으로 여행을 가기도, 또 어떤 이는 자신의 버킷 리스트를 실현하기도, 자주 찾아뵙지 못했던 부모님과 내내 붙어 있고 싶다는 소망을 갖기도 한다. 이렇듯 모두의 방학은 우리의 삶의 모습이나 다양하다. 그래서 방학에는 정답이 없다. 알차게 보내건 텅비게 보내건 또 남들만큼 화려하게 보내지 않아도 그저 내 방식대로 쉼표를 찍는 행위가 방학이다.
샘터의 콘텐츠도 방학이란 동일한 주제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 여러 편의 에세이가 이어지다가 방학을 즐길 수 없게된 어른의 모습을 그린 만화가 나오기도 하고, 티큐레이터의 휴차(休茶)시간에 대해 소개하기도 하고 나태주 시인의 위로 한 페이지를 선물처럼 만나기도 한다.
내 취향껏 진하게 탄 라떼와 시원한 선풍기 바람, 조용하고 낮게 흐르는 재즈를 배경에 깔고 책을 읽으니 그 순간이 온전한 쉼이 된다. 이제는 방학과는 멀어진 나이가 됐고, 고작해야 일주일 정도의 여름휴가가 다라서, 일상의 잠깐의 휴식도 방학같은 마음가짐으로 즐겨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 시간은 무얼로 채우지 않아도, 바쁨과 걱정스런 마음을 내려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