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몇십 배 혹은 몇백 배 되는 짐을 짊어지고 살고 세상을 떠날 때 고스란히 남긴다. 내가 사라진 세상에서, 내가 사용했던 것들이 나를 대변한다. 하지만 그런 물건들이 불길한 쓰레기 취급받아 다 버려진다면 아마 내 인생 전체를 부정당한 느낌이 들 것이다. ⠀⠀⠀어쩌면 유품으로 대변되는 고인의 인생을 잘 정리하여 보내드리는 일. 유품정리의 의의는 여기에 있다. 유품정리가 장례의 마지막 절차라는 저자의 말에 깊이 동의하게 되었다. 유품정리는 남겨진 가족이 아니라 오히려 고인을 위한 일이었다. 유품정리사는 물건을 통해 고인과 대화하며, 물건에 남긴 고인의 메세지를 찾아 가족에게 전달하고 또는 가족에게마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비밀은 영원히 봉인하여 고인의 존엄성을 지켜준다. ⠀⠀⠀유품정리라는 말은 아직 우리나라에서 생소하다. 최근에서야 많은 업체가 생겨나고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유품정리가 아닌 경우도 많다고 한다. 저자는 원래 무역업에 종사했었는데, 젊은 직원의 갑작스런 죽음에 충격에 빠져있던 차에 우연히 어느 일본 다큐멘터리에서 유품정리를 접하곤 바로 일본으로 가 일을 배웠다. 그는 일본 연수를 마치고 한국으로 와 유품정리 전문 회사인 키퍼스코리아(Keepers Korea)를 설립하고 대한민국 1호 유품정리사가 되었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유품정리를 청소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아마 유품정리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는 현실이, 저자가 펜을 들어 책을 쓰게 된 큰 동기로 작용했을지 모른다. 저자가 책을 쓰게 된 목적에 부합하듯, '유품정리는 청소가 아니다'라는 짧고 명료한 문장 하나가 각인된다. ⠀⠀⠀내가 죽고 나면 나는 어떤 물건들로 설명될까. 책을 읽다가도 자연스레 내가 사는 공간을 둘러보며 생각에 빠진다. 물건은 시간이 남긴 껍데기 같다. 껍데기에 불과한 것을 소유하려, 보관하려 아등바등 살고 있었나. 그런 날카로운 칼날 같은 생각이 마음에 서늘하게 스친다. ⠀⠀⠀⠀__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