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앙투안 콩파뇽 지음, 김병욱 옮김 / 뮤진트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또한 계절을 타는 것이 틀림없다. 정확히 말하면 책을 읽는 내가 계절을 타는 것이겠지만. ⠀
​⠀
​⠀
나 같은 경우 여름에는 장편보단 단편을 선호하고, 철학가나 사상가의 아포리즘집이 잘 읽힌다. 아포리즘이란 깊은 진리를 간결하게 표현한 말이나 글 또는 잠언을 말한다. 이런 아포리즘을 읽으면 머릿속에 복잡하게 꽉 들어차있는 고민들을 정리해 주어 생각의 청량감을 안겨준다. 여름맞이 잡생각 대청소랄까. ⠀


그래서 이 책,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을 아주 만족스럽게 읽었다. 몽테뉴는 그의 체험과 독서생활을 바탕으로 집필한 <수상록(1580)>으로 유명한 르네상스기의 프랑스 사상가이다. 수상록을 한자로 풀어보면, 隨想錄 따를 수/ 생각 상/ 기록할 록으로 일정한 계통이 없이 그때그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나 느낌을 기록한 책이란 뜻이다. 수상록은 성 평등, 식민주의, 우정과 사랑, 독서, 신앙과 과학 등 인간과 세상에 대한 모든 주제를 망라하여 내용이 방대하다. 이 책의 저자 앙투안 콩파뇽은 몽테뉴의 수상록에서 40여 개의 구절을 가져와 자신의 해설을 덧붙여 소개한다. 『몽테뉴와 함께하는 여름』은 <​수상록>을 읽기 전 아주 좋은 소개서 겸 해설서이며 그 자체로 완성도 있는 철학책이다. ⠀
​⠀
​⠀
​⠀
🏷내가 말하는 우정에서는 두 영혼이 뒤섞여 서로 혼동이 되고 각자의 형체가 사라져 더는 둘을 결합한 이음새마저 알아볼 수 없게 된다. 내가 왜 그를 사랑했는지 말해보라고 한다면, '다만 그였기 때문이고 다만 나였기 때문이다'라고밖에 달리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___73p <친구>

🏷이 두 가지 사귐(사랑과 우정)은 우발적이고 타인에게 달려 있다. 하나는 드물어서 곤란하고, 다른 하나는 나이가 들면 시든다. 따라서 이 둘은 나의 삶이 필요로 하는 것을 충분히 채워주지 못한다. 세 번째인 책과의 사귐은 더 확실하고 우리와 가깝다.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앞의 두 가지에 못 미치는 바가 있지만, 책은 항시 그리고 손쉽게 누릴 수 있는 그만의 장점이 있다​. ___108p <책>​⠀

🏷우리의 직무 대부분은 거리 연극 같다. 우리가 맡은 배역을 제대로 연기해야 한다. 가면과 허울을 실제 본질인 양 여겨서는 안 되고, 이물을 고유한 것인 양 여겨서도 안 된다. 우리는 피부와 셔츠를 구분할 줄 모른다. 가슴까지 분칠할 것 없이, 그저 얼굴에만 분칠해도 된다. ___92p <피부와 셔츠>
​⠀
​⠀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휩쓸려 휘청거리지 않고 내 걸음을 제대로 걸으려면 나만의 생각의 집을 튼튼히 짓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살아가는 것은 나만의 내면의 집을 쌓아가고 보수하는 과정일지도 모르겠다. 그 건축의 과정에서 철학가와 사상가의 좋은 책이 큰 도움이 된다. 철학을 읽는다고 내 인생이 그리고 세상이 바뀌진 않겠지만 나와 타인, 세상에 대한 앎을 확장함으로써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견고한 내면의 집을 지을 수 있게 되고 그 안에서 우리는 불안감을 덜고 조금은 편히 쉴 수 있다. 생각이 복잡할 땐 철학을 읽는다. 내 고민에 대한 훌륭한 답은 수많은 철학자의 책들 곳곳에 숨겨져 있다. 여름맞이 잡생각 대청소가 필요하다면,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 드린다. ⠀
​⠀

___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