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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초상 - 세상의 틀을 깨고 삶에 영감을 주는 여성 예술가들과의 대화
휴고 우에르타 마린 지음, 정지현 옮김 / 앤의서재 / 2021년 12월
평점 :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예술가 25인의 인터뷰 모음집'
인터뷰어(interviewer)는 질문만 던지고 인터뷰이(interviewee)는 대답만 하는 방식이 아니라, 하나의 질문을 통해 서로가 의견을 나누면서 내용의 깊이감이 더해진다. 저자 역시 예술가임을 고려한다면, 이 책은 하나의 예술 프로젝트라 불려도 좋을 것 같다. 인터뷰의 방식을 띠지만 본질은 친밀한 대화에 가까워서 책을 읽는 독자도 '이 특별한 대화'에 깊숙이 참여하는 느낌을 준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은 물론이고, 다른 분야의 예술, 정치, 저항 정신, 삶의 태도, 여성의 권리, 성공과 실패, 도전, 인종차별의 문제까지 폭넓게 이야기한다.
그들의 대답은 비슷한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공통적인 하나의 흐름은, '나를 그대로 인정하는 것' 그리고 '솔직한 자세'를 중시하는 삶의 태도이다. 나에 대한 강점과 취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강점보다는 오히려 취약점을 온전히 안고 동행하며 예술적 파트너로 삼는 게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들은 고통을 마주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이고, 그것이 고통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이 책은 소위 '벽돌 책'이라 할 정도로, 크고 묵직하고 두껍지만 내용이 난해하지 않고 무엇보다 실제 대화들로 이루어진 인터뷰집이라 쭉쭉 읽힌다.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또는 이미 최고라 불리는 예술가 25인을 한자리에 모으는 건 아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책이니 가능한 일이고, 책이라 행복하다. 영감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어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
책 속엔 영감을 가득 찼고 도리어 넘쳐흘러 표지까지도 예술로 물들였다. 질 좋고 도톰한 종이의 감촉을 느끼며 한 장 한 장 기분 좋게 넘긴다. 예술가들의 말을 곱씹고, 그들이 추천해 준 영화, 미술, 음악, 책들을 찾아볼 생각을 하면 2022년이 벌써 든든해진다.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을 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