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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피싱
나오미 크리처 지음, 신해경 옮김 / 허블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마지막 장으로 내달리는 흡입력 있는 소설을 만났다.
다 읽은 책을 두 손에 쥐니, 나에게 '연대'와 '인격'이라는 두 단어가 여운 있게 남아 있었다. 뒤로 갈수록 흡입력이 있어 빠르게 읽었지만, 기저에 짙게 깔린 이야기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여운이 남고 생각이 길어지는 건 이 때문이었다.
위험에 처한 주인공 스테프를 도와주는 친구들. 그들은 '캣넷'이라는 독특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그들 모두는 '소수' 이거나 '약자'였다.
다수만이 '일반성'이 부여되는 사회에서 소수라는 '특이성'으로 밀려버린 이들은 자신을 드러내는 게 어렵고 두렵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면 힘을 잃는다.
온라인 공간의 익명성은 이들에게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캣피싱(온라인 공간에서 나를 꾸며내어 드러내는 행위)이란 제목처럼, 비록 일부는 꾸며낸 것이라도, 그들이 하는 말속에는 '진짜 내가' 묻어 나오게 되어 있다.
서로가 '소수'임에 공감하고, 진실된 얘기들에 위로받으며 그렇게 그들에겐 연대가 생겼고, 위기 상황에 그 연대 의식은 더욱 공고해졌다.
연대 안에는 포용과 신뢰의 힘이 있다. 그것이 그들의 상처를 치유한다. 타인을 이해를 하고 타인에게 이해를 받는 것에서 모든 고민과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
이 책은 드론 택배가 상용화되고 AI가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 활용되는 가까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저자는 곧 우리가 마주칠 질문 하나를 던져놓는다.
'인격'이란 도덕적 행위의 주체가 되고 자기 결정적이며 자율적 의지를 가진 개인이라고 한다면,
답변을 저장해놓은 문제 은행식 AI가 아니라 '의식'이 있어서 도덕적 행위의 주체가 되는 AI가 있다면, 우리는 그들에게 인격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