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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호의 조난
A. 코레아르.H. 사비니 지음, 심홍 옮김 / 리에종 / 2016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처음 받았을 때, 루브르 박물관의 많은 대작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박물관가이드의 실감나는 설명이 귀에 들리는 듯 했다.
책의 내용은 메두사호에 올라 살아남은 이들의 생생한 증언을 바탕으로, 자세한 지리적 특성과 눈으로 보는 듯한 항해를 느낄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바다의 날씨와 상황에 닥친 감정들은 독자로 하여금 항해를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또 자세한 설명들과 구조도 사진을 덧붙이고 있는데 더욱 현실감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는 듯 하다.
무능한 선장 쇼마레에 의해서 파선된 뗏목 위에서 살기위해 격력하게 싸우며, 좋은 자리를 차지하려고 앞다투는 모습, 죽음을 면한 사람들은 시체들의 살을 먹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그들.
수치는 죽음 앞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존기에 가까운 이 책은, 바다의 파도와 맞서싸우는 것보다 뗏목위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어려운건 아닌가 생각이 되어진다.
드디어 13일간의 잔인하게 괴롭혔던 고통들이 구조를 통해서 끝이 나게 된다. 범선 아르귀스호로 기적적으로 구출된 것이다. 그들의 상태는 아래와 같았다.
"햇볕에 몸과 얼굴이 새까맣게 타고 깡마른
거의 알몸 상태가 된 열다섯 명의 조난자를 생각해보라.
그 가운데 열 명은 몸을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사지의 피부는 벗겨지고, 얼굴 윤곽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쑥 들어간 눈은 야수의 눈빛을 띄고, 수염이 길어 더욱 흉측해 보였다."
상상해보라.
단 하루 바닷가에서 따가운 햇볕에 놀다보면 피부가 벗겨지기 마련인데 13일을 바다위를 떠다녔다. 그것도 식량이 없이 말이다. 극심한 피곤과 배고픔에 녹초가 된 사람들...그들의 구조는 기적과 같았다.
한 예술 걸작을 통해서 들여다보는 생생한 구조일기는 지난 과오를 되살려 시행착오를 줄이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어떤 책보다도 바다위의 실상, 인간이 극한의 위기의 상황에 닥쳤을 때, 가감없이 드러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예술작품에 담겨있는 터치감이나 어떤 기풍을 살펴보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그림에 담겨진 배경이 작품의 세계에 빠져들게 하는 또다른 매력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