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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너머 할미꽃 ㅣ 우리 설화 그림책 4
이상교 지음, 김수경 그림 / 봄봄출판사 / 2008년 5월
평점 :

책 제목만큼이나 애틋한 사연이었어요.
대화하는 수준이 한층 업그레이드된 아이는 아침이면 변기통 들고 전화기 앞에 가서 보조의자로 사용하면서, 어김없이 전화기 버튼을 눌러요.
엉뚱한 곳으로 전화를 하기도 하지만, "할머니, 바꿔줘요!"라며 애기를 하지요.
딸 셋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으신 홀어머니가 늙어서 힘이 들어 딸네를 향해 길을 나섰어요.
먼 길을 온 홀어머니는 큰딸과 작은딸에게 마저 대접도 못 받고 막내딸네를 향해 길을 나섰어요.
호된 바람에 싸락싸락 싸락눈까지 섞여 내리는데, 늙은 홀어머니는 고갯마루에 넘어져서 일어날 줄 몰랐어요.
홀어머니 걱정에 마음 편히 지낼 수 없었던 막내딸 미덥이는 어머니를 모시러 길을 나섰어요.
고갯마루에 올라섰을 때, 흰눈에 덮인 빨간 마고자가 보였어요.
"아이고, 어머니!"
늙은 홀어머니는 미덥이를 찾아오다가 그만 돌아가신 거였어요.
이듬해 이른 봄이에요.
무덤가에 늙은 홀어머니를 꼭 닮은 꽃이 피어났어요.
홀어머니의 흰 머리칼 같은 솜털이 솜솜이 난 꽃이었어요.
홀어머니가 입고 있었던 새빨간 마고자 빛깔의 꽃이었어요.
홀어머니처럼 허리가 꼬부라진 할미꽃이었어요.
삽입된 그림 또한 부드러워 좋았어요.
바느질하는 큰딸 모습이 우리 아이는 생소한가봐요.
바늘과 실을 설명해 주니, 엄마를 자꾸 쳐다 봤어요.
물항아리 이는 막내의 모습, 베틀 앞에서 베를 짜는 홀어머니, 시집가는 큰딸 보름이, 모두 아이에겐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우리나라 그림책으로 정말 아름다웠어요.
슬프고도 애틋한 모녀의 정에 가슴이 아프네요.
슬픈 꽃에 대한 전설이 더 애틋하네요.
다가오는 봄엔 아이와 함께 할미꽃을 찾아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줘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