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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아시아 제53호 2019.여름 - 이 사람 An Asian Profile : 그대 아직 살아 있다면
아시아 편집부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아시아'라는 잡지는 처음 보는 잡지였다. 그동안 베트남에 파견가 있는 친구에 대해 베트남 소식을 많이 들어서 친숙하게 느껴졌던 곳인데, 마침 소개에 베트남의 시인이자, 소설가가 쓴 작품이 실린다 해서 읽게 되었다. 이 잡지는 아시아 차세대 리더들의 경제, 사회, 역사, 문화에 대한 상호 이해 증진을 위해 포스코에서 후원하는, 5가지 아시아펠로십 중 한가지인, 아시아 문학지 발간 지원 프로그램으로 제작되는 잡지이다. 그래서 아시아 각국의 문학자들을 소개하고 그들의 작품을 싣고, 그들과 관련된 국내인들의 에피소드와 인연들을 담고 있다. 그리고 국외 작가들을 소개하기 때문에 국어와 영어로 실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여름호에는 베트남 작가인 '반레'가 소개되어 있었다. 본명은 '레지투이' 이고 '반레'는 필명인데 시인이 되기를 간절히 바랬지만 시인이 되어 보지 못하고 함께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전사한 친구의 이름이라고 한다. 여기엔 반레의 '가난한 영혼', '전쟁, 최초의 죽음', '할아버지의 신비로운 예지' 라는 세 작품이 실려 있다. 모두 베트남전과 관련된 작품으로 전쟁 당시 시민들의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전쟁, 최초의 죽음'에서는 전쟁이 나도, 났는지도 모르는 아주 외진 마을에 밖의 소식을 전달하는 연락책이 전쟁의 소식을 담은 신문을 싣고 급하게 오는 장면이 나온다. 길이 강이 될 정도로 큰 비가 내려 마을로 들어갈 수 없는데도 그는 조금이라도 빨리 전쟁 소식을 전하기 위해 위험한 물길속을 걸어가 건너편 마을로 가려고 한다. 건너편 마을 사람들은 위험하다고 아무리 소리를 질렀지만 그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고 그만 발을 헛디뎌 물길에 휩쓸려 죽고 만다. 이것은 전쟁이 일어난 후 최초의 죽음이었다. 한 아이는 그 소식을 우리가 조금이라도 빨리 듣는게 무슨 소용이며, 그 소식을 들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게 없는데 연락책의 행동이 이해가 안된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의 할아버지는 그것은 아저씨가 맡은 일에 대한 숭고한 원칙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민족의 재난이고, 따라서 가장 멀리 떨어진 사람들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책임을 다한 아저씨에게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한다. 강하지 않게 잔잔한 어투로 전쟁의 실상을 고발하고, 전쟁을 반대하는 이 작품이 참 인상깊었다.
우리나라와 같이 한때 강대국의 식민지로 살고, 열강에 의해 많은 전쟁을 겪었던 베트남인들의 투쟁 의지와 나라에 대한 사랑, 그리고 소시민의 생활을 볼 수 있어서 좋았던 작품들이었다. '반레'라는 작가의 작품을 조금 더 찾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