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편집장
고경태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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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 편집일을 하고 10여년간 편집장을 맡아온 저자의 책이다. 신문이 가독성이 있어야 되는 만큼 그런 습관이 베인 저자의 책도 어렵지 않고 쉽고 재밌다. 구성과 색감과 글자체까지도 다른 책들보다 더 신경쓴 티가 나고 고급스러운 느낌이 묻어난다.



이 책은 에세이다. 편집장이 되어야 하는 방법이나 편집장의 역할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수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그간의 고민, 일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인터넷으로 찾아본 그의 얼굴은 그렇게 나이들어 보이지 않는다. 80년대 학번이니까 주위의 부장님들과 비슷한 연배이지만 무언가 좀 더 굳어있지 않고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어찌보면 신문사라는 굉장히 경직된 곳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일했음에도 어떻게 이런 자연스러움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이러한 궁금증은 그의 책을 통해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책을 읽어보면 그는 정말 회사에서 튀는 사람이었다. 그의 모토가 '재밌게, 멋지게, 독하게' 였던 것처럼 주위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하고 싶은 일은 밀고 나가는 성격이었다. 한마디로 독창적이기도 하고 깡이 있다고 해야 하나. 제돌이를 1면에 실은 것부터 '직설'에서의 에피소드를 읽는 순간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다. 그보다 나이가 훨씬 어린 나지만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그는 고정관념이 없었고 더 말랑말랑한 사고를 가지고 있었다. 그가 했던 일들은 특종이라기 보다 가장 처음을 만들었고, 그렇게 선두자가 되어 다른 매체에서 뒤를 잇게 만들었다. 토요판이라는 신문의 새로운 형식을 만든것과 대담 형식의 인터뷰를 실은 것등이 그러한 예이다. 그는 그렇게 항상 젊음을 유지하고 살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부러웠던 것은 그를 지지해주는 주위의 선배들이다. 베트남 민간 학살 보도에 대해 불만을 품은 고엽제 후유증 전우회원들의 회사 난입과 차량, 기물 파손, 폭력행사로 인해 신문사 건물이 폐허가 되었음에도 사장은 "너는 훌륭한 일을 한거야. 잘했어."라고 말하며 오히려 기운을 북돋아줬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자극적인 기사제목으로 온갖 욕설이 가득한 메일을 받고, 신문 구독을 하지 않겠다는 고객의 협박성 전화에 신문사는 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보다 신문 1면에 편집장 이름으로 사과문을 내보내기도 했다. 나는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주위에 그런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다는 것이 마냥 부러웠다. 가족과 같이 그가 어떤일을 해도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선배와 동료들이 있었기에 그 또한 그의 재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짧지 않은 시간동안 기자, 편집자, 편집장으로 일하면서 그는 많은 것을 이루었고 많은 자취를 남겼다. 항상 새로움을 추구했고 새로운 담론을 이끌어 냈다. 진보 언론이기는 하지만 보수 인사의 이야기도 들었으며 전례없는 일을 할때 두려움보다 기회를 찾았다.  그의 기획 기법이 '일단 해보고, 전화하고, 만나서 이야기한다'라는 것을 보면 얼마나 겁이 없고 추진력이 좋은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에세이라고 하지만 많은 깨달음을 준다. 직장 생활에서의 자세뿐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까지. 지금 그는 한겨레21을 떠나 22세기 미디어의 대표가 되었다. 낡은 것을 부수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그가 새로운 회사의 대표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새로운 일에 두려움이 앞선다는 저자이지만 그는 그 두려움도 즐기고 있을 것이다.  



그의 이 말이 가슴에 남는다.

그러나...

당신이 편집장이라면, 당신은 더 멋지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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